‘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이 그리는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첫 회에서는 운명으로 얽힌 어린 홍천기(이남경)와 어린 하람(최승훈)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죽음의 신 마왕을 어진에 봉인하던 날, 마왕의 저주를 받은 홍천기와 하람이 서로에게 운명의 상대로 태어났다. 이후 다시 깨어난 마왕이 하람의 몸으로 들어갔고, 삼신할망(문숙)은 마왕이 힘을 쓸 수 없게 하람의 눈을 빼앗아 홍천기에게 맡겼다. 방송 말미에는 장성한 홍천기와 하람이 등장해 앞으로를 더 기대케 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구전설화를 들려주는 분위기로 시작해 판타지 장면들이 곳곳이 배치됐다. 풋풋한 로맨스 장면에선 청춘물, 치열한 정치 싸움 장면에선 사극 장르를 모두 느낄 수 있다. 아역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배우들은 앞으로 전개에 디딤돌이 될 서사를 탄탄하게 깔았다. 성수청 국무(국가 소속의 무당)가 나오는 장면에선 ‘해를 품은 달’의 향수가 느껴진다. 운명적 사랑과 권력에 대한 야욕 등 전통적인 이야기 소스에 판타지 요소가 맛깔나게 기름칠을 한다. 볼거리가 될 만한 영상미도 더해졌다.
컴퓨터 그래픽(CG)은 조금 아쉽다. 판타지 장르를 표현하는 많은 양의 CG가 다소 조잡하다. 이로 인해 몇몇 장면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왕을 표현한 CG에는 난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많은 양의 내레이션도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트렌디한 배우들과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사극의 조합은 꽤 괜찮은 성공 공식이다. SBS ‘바람의 화원’·‘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감독이 선보인 연출은 극에 서서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또 하나의 인기 사극이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 볼까
퓨전 청춘 사극을 좋아한다면 ‘홍천기’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KBS2 ‘성균관 스캔들’·‘구르미 그린 달빛’과 ‘해를 품은 달’의 애청자는 익숙함을 반갑게 느낄 수 있다. 사극과 좋은 시너지를 보여준 배우 김유정의 신작인 만큼 믿고 볼 만하다. 풋풋함이 느껴지는 판타지 사극 로맨스가 취향이라면 추천한다.
■ 말까
현실 고증에 충실한 묵직한 사극을 좋아하면 다른 드라마를 추천한다. ‘퓨전, 청춘, 트렌디’를 입은 사극을 뻔하다고 느끼면 ‘홍천기’는 좋지 않은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CG 완성도에 예민한 시청자에게도 아쉬운 선택이 될 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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