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이상하게도 소영(한성민)이와 함께 있으면 무슨 일이든 잘 풀린다. 예쁘고 똑똑한 열여덟 살 소영은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친구다. 동시에 관객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의 결정으로 강이(방민아)와 아람(심달기)이는 가출을 결심하고 또 돌아온다. 누구보다 절친했던 셋의 관계를 흔드는 것도 전과 달라진 소영이 주도한다. 강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에서 그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소영을 연기한 한성민 역시 ‘최선의 삶’의 세 배우들 중 가장 덜 알려진 배우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쿠키뉴스와 만난 한성민은 PC 화면으로 대화하는 걸 낯설어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답변을 눌러담으며 말했다. 지난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선의 삶’을 처음 보면서 “촬영 당시 감정들이 한꺼번에 지나가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연기한 소영 캐릭터는 2018년 이우정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을 당시 처음 만났다.
“대본을 읽을 때 감독님이 ‘너무 나쁜 캐릭터로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표현과 선택에 서툰 친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소영이가 친구들이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와 강인함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연기하면서 소영이가 많이 여리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강인한 척하지만 내면은 굉장히 여려요. 여린 모습 때문에 강한 척하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됐죠. 세 캐릭터 중에 저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인물은 강이였어요. 그래서 저에게서 소영이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모든 면을 예민하게 생각해보고, 상황을 한발자국 뒤에서 관찰해보는 식으로 소영이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이해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한성민은 소영이 강이를 억지로 떼어놓는 장면을 보면서 ‘굳이 이 정도까지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무리에서 혼자 남지 않으려는 소영의 발버둥이 아니었을까 하고 이해했다. 임솔아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이게 현실이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몰입하며 읽었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수정하기 전 대본엔 소영이의 얘기가 더 나와요. 소영이의 집안 사정과 에꼴 모델에 지원하려고 부모님과 부딪히는 장면 있었죠. 최종 버전에선 사라졌지만 아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소영이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고 강이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영화가 더 임팩트 있고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한성민도 소영이처럼 모델 활동을 꿈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도 하고 싶었다는 것. 연기를 하고 싶어 소속 회사에 계속 이야기했고, 광고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졌다.
“처음 연기를 제대로 해봤을 때, 제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고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제가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피드백도 받으면서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캐릭터를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고, 잘 보여줄 방법도 배우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연기하는 그 순간이 즐거워요. 굉장히 즐겁고 만족합니다.”
아직 출연작이 많지 않은 신인 배우다. JTBC ‘열여덟의 순간’과 플레이리스트 ‘트웬티 트웬티’로 이제 막 얼굴을 알렸고, 영화 출연도 처음이다. 그럼에도 한성민은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 모두 다른 느낌이었다”며 만족해했다. “얘가 얘였어?”라는 반응을 보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로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최선의 삶’은 그런 그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야’라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었다.
“‘최선의 삶’이 편하게 보는 쉬운 영화는 아닐 거예요. 보고 나면 감독님과 저처럼 용기와 위로를 얻으시는 분도 있을 거고, 반성하게 되는 분도 있을 거예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선의 삶’은 저에게 ‘최선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현장에서도 모두가 최선을 다했거든요. 영화를 하는 저에게도, 영화 속 저에게도 최선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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