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8시23분 공덕역 환풍구에서 방호문을 설치하던 20대 노동자 A씨가 약 9m 높이의 환풍구 아래로 추락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11시쯤 사망했다. A씨 등 노동자 2명은 1x1.5m 크기, 120㎏ 환풍구 뚜껑(그레이팅)을 맨손으로 들어 올리려다 균형을 잃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작업자 3명과 안전관리자 1명, 현장 총괄자 1명이 감독 중이었다.
앞서 지난 2016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승차장 안전문을 수리하던 외주 업체 직원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개폐된 스크린도어 작업 시 2인 1조로 작업자의 안전 확보 여부를 확인하는 매뉴얼이 있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들이 위험한 업무를 법과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다.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구의역 사고 이후 개선을 약속했다. 2019년 5월 승차장 안전문 정비 업체를 직영화했다. 안전문 유지보수 정비직원 수를 146명에서 381명으로 늘리며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하철 노동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된다고 질타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협의회)는 “그레이팅 해체는 무게 때문에 크레인이 필요하다. 작업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이를 지지대에 묶어 작업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안전대 착용 등의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이번 사업을 진행한 A 업체가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를 위해 안전을 뒤로했다”고 주장했다.
한창운 서울교통공사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번 공덕역 추락 사건은 안전보다 효율을 따지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다 보니 비용이 드는 안전은 자꾸 뒤처지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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