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어떤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20대 청년 32명에게 스트레스받는 명절 잔소리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학업, 취업, 외모, 연애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는데요. 취업과 직장 관련 잔소리가 14명(중복 선택)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외모 잔소리는 9명, 학업 잔소리 8명, 연애 잔소리는 7명이 답했습니다.
잔소리 들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요. 청년들이 뽑은 명절 대표 잔소리를 듣고, 스트레스 지수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측정해봤습니다. 측정 방법은 스마트 워치. 스마트 워치는 심장 박동 사이 간격의 변화(심박변이)를 이용해 스트레스 측정을 한 후 비슷한 나이의 건강한 사람들과의 수치를 비교해 대략적인 스트레스 수준을 판단합니다. 평상시에 잰 평균 스트레스 지수는 높음과 낮음 사이 중간에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곧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학점과 취업 관련 잔소리가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인턴하고 있는데 바로 정규직이 되는 거야?”, “곧 졸업인데 자기소개서랑 면접 준비는 하고 있니?”라는 말들이 귀에 꽂혔습니다. 졸업 후 취업 준비 계획을 말해봤습니다. 그러자 “현실 가능성이 있는 거냐”, “직업은 전망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마트 워치를 확인해 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취업 걱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친척과 비교하는 잔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사촌 오빠는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업했다”, “사촌 언니는 대학 생활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등 레퍼토리는 매번 비슷합니다. 가장 걱정이 되는 취업 잔소리보다는 스트레스 지수가 낮았지만, 누군가와 비교하는 잔소리도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청년들은 듣기 싫은 잔소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조사에 응답한 20대들은 대부분 “수긍하는 척하며 화제를 돌린다”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답변으로는 “알아서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한다”, “그런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능글맞게 말한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20대들이 명절에 가족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대학교 3학년인 휴학생 고도연(22 여)씨는 “‘위드 코로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고씨는 ‘추천하는 해외 여행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종식 후 가장 하고 싶은 것’ 등의 소재는 세대 관계없이 모두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는 주제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장혜연(24 여)씨는 넷플릭스나 티빙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프로그램 후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장씨는 “넷플릭스는 요즘 안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이야기 소재로 좋을 것 같다”라며 “최근 화제가 된 ‘D.P.’, ‘환승연애’,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을 추천하고, 후기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이야기 소재로는 ‘맛집 추천’과 ‘대선’ 관련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맛집을 추천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친척 모두 다른 지역에 살기 때문에 다양한 맛집을 추천할 수 있다”라며 “가본 맛집이 있다면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대선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자극적일수록 화제 전환에 효과적”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절 잔소리 원인을 세대 간 가치나 언어 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고 기성세대의 경험이 무조건적인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취업, 연애, 결혼도 개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사회가 됐습니다.
20대들은 아직 알 수 없는 앞으로의 인생보다 평소 근황과 최근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이야기 주제를 바꿔 지적이 아닌 대화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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