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지만,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 유가족이 신경 쓸까 싶어 수중에 있던 돈 3만원을 조의금으로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장례식장으로 배달시킨 손님에게 식당 사장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내 화제다.
7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다 보니 장례식장에서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전 직장 동료의 모친상으로 조문을 하러 갔다”며 “동료의 모친께서 좋아하던 음식인 닭볶음탕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가족이 주문한 배달음식을 받고 너무 놀라 살펴보니 쪽지와 조의금이 담겨 있었다”라고 했다.
작성자가 올린 영수증 사진에는 배달 장소로 장례식장을 적은 유가족의 주문요청사항이 있었다. 유가족은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시던 음식이라 주문합니다. 장례식장 앞에 오시면 연락 부탁드려요”라고 적었다. 그러자 닭볶음탕 집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아버지 생각에 음식에 대한 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 다른 가게에서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슬픈 마음을 가늠할 수 없겠지만 고인의 삼가 조의를 표하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봉투에 조의금 3만원을 함께 보냈다.
작성자는 “음식을 각각 따로 주문했는데 두 곳에서 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올린다”라고 했다. 이 글에는 “요즘 자영업 힘들 텐데 돈줄이 나야 한다”, “험한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가 있다”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두 사장님이 유가족이 시킨 음식에 대한 돈을 받지 않고, 조의금을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닭볶음탕 가게 사장 이모(31)씨는 쿠키뉴스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들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는 생각에 음식값을 받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오히려 갑작스럽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돼 당황스러운 마음”이라며 “배달 음식 결제를 취소하는 과정에서도 따로 유가족들에게 연락드리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무언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음식과 함께 조의금을 보낸 된장찌개 가게 사장 김모(27)씨는 “주문서에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던 음식’이라는 것을 보고, 마음이 쓰여 조의금을 넣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상에 올라가는 음식으로 주문한 것 같아 양을 늘리고,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며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지만,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 유가족이 신경 쓸까 싶어 수중에 있던 돈 3만원을 조의금으로 보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온라인에 사연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가게에 주문이 많아졌는지 실감은 나지 않는다"라며 “주문량이 늘어도 무리해서 받기보다는 손님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일로 저희 매장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식당 이름이 더 알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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