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순수 국내 기술로 쏘아올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모든 비행 절차에는 성공했지만, 궤도진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세계 7번째 발사체 보유국 등극은 잠시 미뤄졌다.
21일 오후 5시께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창공으로 쏟아 올랐다. 이륙 개시 2분 7초후 고도 59㎞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고, 약 4분 무렵 위성모사체를 덮는 ‘페어링’이 분리됐다. 이어 2단 엔진이 정지, 3단 엔진 점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3단 로켓의 추진력으로 비행한 누리호는 5시 7분에는 고도 500km를 통과했고, 5시 8분에는 고도 600km에 진입했다. 5시 10분께 고도 650km 통과가 확인됐고, 이어 5시 15분에는 위성분리 성공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종 확인 결과 위성모사체가 정상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정상 궤도 진입의 경우 위성모사체가 7.5km/s 속도를 내야 하는데 원하는 고도와 각도는 갖추지 못한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공창덕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더미위성체의 속도가 설정된 고도의 웬궤도에서 7.5km/s에 이르지 못했거나 미세한 차이로 각도를 맞추지 못한 걸로 보인다”며, “실제 위성은 자체 추진력이 있어 미세한 각도와 고도는 조정할 수 있지만, 그냥 더미 형태인 위성모사체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륙 이후 2·3단 분리는 아무런 차질 없이 진행됐고, 일반적으로 신형 발사체의 성공률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며, “완벽한 성공은 아니지만 80~90%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고, 내년 5월 2차 발사에서는 정상 궤도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와 관련해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로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추진체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만큼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첫 우주 발사체의 성공 비율이 3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순수 국내 기술로만 진행된 이번 누리호 발사는 의미가 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을 통해 우주발사체 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다.
자력 발사 능력을 갖춘 국가는 전 세계 9개국뿐이고, 특히, 실용급(무게 1t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이 전부다.
또한, 정부뿐 아니라 방위산업 분야 민간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향후 우주개발 산업 분야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도 기대된다. 누리호 개발에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체 조립을 맡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의 핵심부품인 엔진을 설계, 현대중공업이 발사대 구축을 담당했다. 이밖에 제조·설계·조립·용접 등에 3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한편,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를 비롯해 2027년까지 다섯 번의 추가 발사가 예정됐다. 이번 발사에는 추진동력이 없는 1.5t의 더미 형태의 위성모사체가 실렸지만, 내년 5월 2차 발사에선 0.2t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이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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