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회사원 A(35·남)씨는 ‘부정맥’을 앓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심장과 관련한 이상반응인 ‘심근염’, ‘심낭염’ 등이 보고되자 A씨는 혹여 모를 부작용이 발생할까 봐 백신 접종 거부 의사를 밝혔다. A씨의 근무지에선 매주 백신 접종 현황을 보고하라며 재촉 아닌 재촉을 받고 있지만, 자칫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원 B(31·여)씨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평소보다 생리량이 늘거나 생리 주기의 변화,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월경 이상’ 증세가 두렵기 때문이다. 또 주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나면 자연스레 집단면역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적어도 올해까지는 백신을 맞지 않을 예정이다.
자영업자 C(35·남)씨는 지인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사지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으로부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C씨는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맞으라고 해서 맞았는데, 백신을 맞고 나서 사지가 마비돼도 관련이 없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백신을 접종하겠느냐”고 C씨는 따져 물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받은 김모씨가 참석했다. 그는 “백신 접종 후 불과 20여일 만에 중증 환자가 됐다. 7월 다행히 골수 이식을 했고 아직도 골수 이식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 달에 약값만 100만원 정도 들어 경제적인 부담도 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백신 부작용 발생 시 책임진다던 정부는 ‘나 몰라라’하고 중증 환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던 질병관리청은 조건을 내걸고 최소한의 의료비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심의 결과 또한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A4 한 장 보내고 자세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모씨 외에도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참석해 정부의 ‘나 몰라라’ 대응을 비판했다.
국내 인구의 4분의 3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1000만명 넘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예방접종의 효과를 설명하고 접종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며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한편, 접종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고위험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를 시행 중이다. 미접종자는 PCR 검사 음성확인을 받거나 백신패스 예외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출입 및 시설 이용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방역패스 제도 안착을 위해 이달 7일까지 1주일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선 이용권 환불·연장 등을 감안해 14일까지 2주간 벌칙 없이 영업할 수 있다. 계도기간에도 현장 점검과 단속은 계속되지만, 과태료 등 벌칙은 부과되지 않는다.
방역패스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3일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실내체육시설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헬스장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며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식당·카페 등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역패스 기준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4일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실내체육시설 관계자 350명이며 소송금액은 34억원에 달한다. 이외 민간에서 미접종자에 대한 채용 불이익, 대학 수업참여 등도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안전한 일상회복 전환을 위해 단기적으로 시행하는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침방울 배출이 많은 활동이 장시간 이뤄지는 실내체육시설은 구조적으로 감염의 위험성이 크다. 실제 4차 유행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접종완료자를 중심으로 이용하게 하면서 안전을 확인한 후 방역패스를 해제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 차원에서 접종완료자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조치할 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법령상에서 판단해봐야 하지, 방역당국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의학적 안전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인다. 차별이 아니라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해 충분히 타당성 있는 것 같다.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것 자체가 예방접종의 효과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유행확산의 위험성이 충분히 있다”며 “예방접종이 중증·사망 방지에 유효하고 감염 전파도 60%는 예방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지속 제공해 미접종자 일부라도 접종을 받게끔 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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