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오랫동안 여행은 금기어였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암담한 시간 속에서도 더 나은 여행을 꿈꾸며 묵묵히 내일의 여행을 기획했던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행업계 차세대 리더들을 만나보았다.
무브(MOVV)는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트래블 모빌리티’ 서비스다.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소형밴(11인승)과 중형밴(15인승)을 끌고 기사가 와서 여행자들을 목적지로 옮겨준다. 주로 여행지의 현지 이동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다.
2019년 베트남 대만 등 해외에서 시작한 무브는 이듬해 코로나19 발발로 직격탄을 맞았다. 순항하던 매출이 순식간에 제로로 수렴되었다. 최민석 무브 대표는 급히 무브 서비스를 국내에 런칭하고 골프장 이동, 제주 여행지 이동, 기업 출장 이동에 맞춰 재구성했다. 다행히 골프 수요가 폭발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해외에 택시 서비스를 대체한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은 많다. 하지만 무브처럼 트래블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앱은 거의 없다. 무브는 KTX와 시스템을 연계한 것을 시작으로 항공과도 연계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행산업의 숨은 1인치를 개척하고 있는 최 대표를 만났다.
-무브 서비스를 설명해 달라.
우리는 ‘모빌리티에 모빌리티를 더한다’고 표현한다. 여행지에서 현지 이동 문제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이다. 해외에 단체 패키지여행이 아닌 단체 자유여행으로 갔을 때 공통적으로 생기는 문제가 이동인데 이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일정을 등록하고 편집할 수 있어서 원하는 장소로 기사님을 호출해서 편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무브 서비스를 왜 기획하게 되었나?
항공은 예약 앱이 많지만 이동은 많지 않다. 우버나 그랩 디디추싱 등 해외 앱은 대부분 택시 서비스의 변형이다. 여러 가족이 갔다가 택시를 두세 대로 나눠타면 이산가족이 된다. 같이 이동하면서 어울리는 재미도 없고, 가는 동안 엇갈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한 차량으로 이동하면 여행의 즐거움이 더 커진다. 좋은 여행을 위해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배려해서 해결하는 방향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
-기존 택시 서비스 변형 앱과 무엇이 다른가?
더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고 더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하고 장거리 장시간 이동을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기사가 여행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다. 아이가 아팠을 때 약국에 데려가서 현지어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다. 이런 일 외에도 현지에 가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는데 무브 앱에 고객센터가 있어서 고객센터 직원들이 현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준다. 일종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셈이다.
-창업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이 말리지 않았나?
2019년 2월에 퇴사하고 2019년 8월29일 앱을 런칭했는데 그해 6월에 걱정하는 가족들과 함께 대만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형과 누나 가족을 모두 초대했다. 무브 렌트카를 이용해서 이동하며 이런 서비스라는 것을 직접 보여드렸다. 경험해보고는 다들 안심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2020년 1월은 플랫폼을 부지런히 다듬어야 하는 시기였다. 인터넷에서 사용자들 후기가 바이럴을 타면서 런칭 5개월 만에 월 매출이 1억을 넘길 만큼 순항하고 있었다. 그런데 4월 쯤 되면서 해외 매출이 전무하게 되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급히 국내 서비스를 세팅해서 올해 1월 런칭했다. 골프장 이동, 제주도, 업무용 서비스를 메인 모델로 삼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소규모로 다녀오자, 이런 여행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여기에 맞는 이동 서비스가 필요했는데 이를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시니어 프로페셔널’로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자리를 박차고 나올 정도로 확신이 있었나?
삼성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했다. 그룹에서 매년 10여명 뽑아서 MBA 시켜주는데 다녀오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을 하는 부서에 주로 일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많이 고민했는데 모빌리티가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글로벌 기업들과 미팅하러 출장을 자주 나갔는데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택시를 대체하는 수단이 자리잡혀 있었다.
-단체 이동 모빌리티 서비스는 어떻게 착안했나?
삼성전자 현지 주재원들이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를 빌려서 같이 오곤 했다. 미팅 장소나 식당 호텔 등으로 이동하는데 편리했다. 프라이빗 서비스였고 대부분 승합차라 캐리어도 보관할 수 있어 편리했다. 중국은 15만원, 베트남은 10만원 정도로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개인이 이용하려고 하니 힘들었다. 여행사를 통해서 비싸게 활용하고 있었다. 왜 이런 서비스가 플랫폼이 안 되어있지?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버 그랩 디디추싱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 앱은 택시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모빌리티다. 우리는 트래블 모빌리티다. 여행자에겐 택시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 여행자는 짐이 많고 인원도 많다. 먼 거리를 오랫동안 이동한다. 여행자에게 맞는 니즈(needs)가 있다고 생각했고 글로벌 플랫폼들은 여기에 맞춰서 쉽게 변형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인이 현지에 직접 연락해서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무브는 ‘렌터카+기사’를 기본 모형으로 해서 현지에서 차량과 기사를 등록하면 B2C(기업과 소비자 연결)가 되도록 연결해준다.
-택시 서비스가 레드 오션이라면 트래블 모빌리티는 블루 오션이라는 이야기인가?
무브 서비스는 국내와 해외가 다 되기 때문에 ‘도어 투 도어’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집 앞에서 호텔 객실까지 이동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KTX와 연결하고 내년에는 항공과 연결해서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브의 서비스 중에서 골프장 이동 매출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골프를 치러 갈 때 4명이 함께 간다. 두 팀이 가면 8명이다. 무브의 소형밴(카니발 11인승)은 4명에, 중형밴(솔라티 15인승)은 8명에 최적화 되어 있다. 골프채까지 다 싣고 갈 수 있다. 소그룹으로 이동할 때 가장 빈번한 사이즈가 10명 안팎이외다. 골프는 친한 사람끼리 혹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끼리 하는 운동이다. 경제적 여건도 좋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 좋은 서비스를 위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충분한 의사도 있었다.
-이런 무브의 기본 모형을 정할 때 어떤 변화에 주목했나?
일본에서는 패키지가 대부분 10명 미만이다. 중국도 대규모 단체여행은 줄어든다고 한다. 명확한 것은 코로나 이후 모르는 사람들이 30~40명씩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방식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소그룹으로 친한 사람끼리 혹은 동호인끼리 움직이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과 처음 만나서 마스크 벗고 있기 어려운 시대라 낯선 사람들은 더 멀리하고, 친한 사람들은 더 자주 만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비스라 운전기사의 관리 감독이 중요할 것 같다.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무브의 파트너들 즉 기사와 렌터카를 공급해주는 곳은 국내외 모두 B2B(기업과 기업 연결) 서비스 회사다. 서비스 퀄리티가 중요한 시장이다. 이곳의 기사분들은 충분히 검증되어 있다. 시스템과 사람의 서비스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기사들이 한국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있을텐데...
기술로 커버한다. 무브앱 내 자체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내장해 현지기사와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 무브 고객 관리센터에서도 관제를 하고 있다. 모빌리티 종사자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다. 우리는 시스템으로 기사님들의 위치를 모니터링한다. 약속을 지키는 지 여부를 컨트롤할 수 있다. 약속 시간인데 기사님들 로그인 되어 있지 않으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협력 관계를 잘 맺는 것 같다. KTX가 티켓 할인을 잘 안 해주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도 이끌어냈다. 비결이 무엇인가?
정부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시대라 코레일이 KTX 빈 좌석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스타트업에 오픈하기로 했다. 무브는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다. KTX로 지방에 내려간 뒤에 현지 이동이 문제인데 무브는 기차 예약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무브가 잘 되면 지역에 있는 렌터카 업체도 같이 잘되는 구조다. 국내외 렌터카 사업 면허 보유 업체의 유휴 차량을 연계해 비용부담을 줄이고 현지 업체와 상생의 모델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지방 핫플레이스에 원데이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대기업 경력이 창업하는데 도움이 되었나?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은 삼성전자밖에 경험하지 못했는데, 시스템과 조직문화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회사 경영은 일종의 종합예술인데, 선진화된 시스템과 구조 그리고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창업하면 파트너십이 중요한 역할인데, 많이 경험해 보아서 협업 파트너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왜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2015년부터 베트남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기업이 몰려가던 시기였다. 한국 관광객도 많아졌고. 후배들이 베트남에서 모바일 사업을 하고 있어서 멘토링을 했는데 베트남의 사업적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이후 대만 필리핀 태국으로 확장했다.
-차량 수급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렌터카 업체와 연계해 유휴 차량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성수기에 수급이 몰릴 때면 차량이 부족하지 않은가?
여행시장만 생각하면 그렇지만 국내 파트너사들은 여행업만 했던 곳이 아니다. 방송사, 대기업의 모빌리티 아웃소싱을 하던 업체들이 우리 파트너다. 이곳은 여행 수요와 다르게 움직인다.
-프라이빗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말그대로 ‘프라이빗’이 핵심이다. 철칙이 있다. 같은 차량에는 서로 모르는 2팀을 함께 태우지 않는다. 프라이빗은 아는 사람끼리 하는 행위다. 코로나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해 한다.
-프리미엄 서비스라 이용자들이 일반 소비자보다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정반대다. 좋은 서비스만 제공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클레임이 없다. 고객은 즐기고 싶은 것만 즐기면 된다.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장된 것을 성실히 수행하면 된다. 패키지여행도 오히려 중저가 패키지에 클레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무브 고객 중엔 엉뚱하게 딴지 거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고객상담도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고 클레임은 별로 많지 않다.
-코로나 와중에 작년보다 매출이 급증했다고 들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작년의 150% 정도다. 올해 전체로는 300%를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 골프 활성화 덕을 크게 보았다. 매출이 계속 상승세다. 시리즈A로 4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처음 씨드 투자를 받은 뒤에 정부에서 기술투자로 연간 7~8억 정도 받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정식 투자를 받아서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서비스 지역은 앞으로 어떻게 확잘할 예정인가?
올해 말 북미에 런칭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유럽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플랫폼화를 도모하려고 한다. 북미는 하와이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을 거점으로 하고 유럽은 헝가리와 같은 곳은 출장 수요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은 여행 수요를 중심으로 구축하려고 한다. 여행 가이드 역할을 관제 시스템이 할 수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이동 서비스 즉 모빌리티를 하는 이유는 서비스 영역에서 근본적인 편의를 제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많은 것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외 골프여행을 많이 갈텐데, 제일 불편한 것이 짐을 옮기는 것과 부킹이다. 이를 해결해주면 해외 골프여행도 개별 여행화 될 수 있다. 호텔과 항공은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잘 되어있으니 알아서 하고, 골프장과 현지 이동만 무브가 맡으면 된다. 앞으로 좋은 해외 골프장과 직계약을 할 예정이다. 또한 실시간 항공권 예약서비스를 연동한 통합교통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고재열 여행감독 gosis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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