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총공에 두 번 우는 ‘차트 밖 음악’

사재기·총공에 두 번 우는 ‘차트 밖 음악’

기사승인 2021-11-12 15:01:10
가수 영탁.   사진=쇼플레이

가수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둘러싼 음원 사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가요계에선 저작권료 정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트 상위권 노래에 수익이 쏠리는 현행 비례배분제가 저작권료 편취를 위한 음원 사재기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 가운데 비례배분제 외의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해 지급하는 곳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바이브뿐이다.


비례배분제가 뭐기에…

비례배분제는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들은 신탁관리단체에 매출액의 요율에 따른 총 징수액을 지급한다. 이 신탁관리단체는 징수액을 모든 곡의 스트리밍 횟수로 나눠 스트리밍 1회당 단가를 구한 다음, 여기에 음원별 스트리밍 횟수를 곱한 금액을 권리자에게 배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저작권료 분배에 왜곡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비례분배제에선 특정 곡만 집중적으로 스트리밍하는 사재기나 ‘음원 총공’이 벌어지면 스트리밍 1회당 단가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집중 스트리밍과 관계없는 곡들에 돌아가는 금액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정산되는 금액이 차트 상위권 노래에 몰리다 보니, 저작권료 편취 목적의 사재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게 음악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서 “음원 차트 상위 200위 음악에 정산되는 금액이 전체 (음원)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수천만 곡들이 나머지 70%를 나눠 갖는 구조”라며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 시장에서 사재기한 노래에 스트리밍 점유율을 빼앗긴다면, 디지털 음악시장은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 현장.   사진=한국음악콘텐츠협회.

‘내돈내듣’ 시작한 네이버 “징수규정 개정해야”

지난해 4월부터 ‘내돈내듣’(내가 낸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용자별 정산 방식’을 도입한 바이브 측도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규정이 이용자별 정산 방식(VPS)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VPS는 이용자 개개인의 스트리밍 횟수당 단가를 구한 뒤 음원별 스트리밍 횟수를 곱해 저작권료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에서 바이브·나우·뮤지션리그 등을 담당하는 임승범 리더는 “‘음원 총공’의 부작용인 과정산 문제를 VPS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시행 결과 우리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저작권료 편취를 위한 사재기도 상당 부분 방어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VPS의 맹점으로 꼽힌 ‘유령 이용자’(이용권을 구매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결제 금액은 비례배분 방식으로 분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최대 음원 유통 점유율을 차지하는 카카오M과 CJ ENM 음원 유통을 담당하는 지니뮤직 등 대형 권리사들은 기존 비례배분제를 원하고 있어 바이브는 VPS와 비례배분제를 동시에 운영 중이다.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도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고심하는 모양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관기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은 “음악 단체들끼리도 입장 차이가 있다”며 “사업자와 권리자의 입장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이사는 “고인이 된 싱어송라이터 이진원(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님은 생전 실력을 인정받고 명성도 있었으나 한 달 음원 수익이 100만원도 안 돼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며 “비주류 음악인이 더욱 많은 금액을 정산 받을 수 있는 VPS를 지지한다. 비례배분제와 VPS를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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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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