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오는 18일 경기 버스 4000여 대가 파업을 예고했다. 수능 당일, 교통 불편을 겪을 수험생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18일 새벽 경기 전체 버스의 44.2%를 차지하는 23개 버스업체 노조가 파업 여부를 놓고 사측과 막판 협상을 벌인다.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이하 노조)는 협상 결렬 시 당일 새벽 4시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에는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경기공항리무진, 수원여객, 삼경운수, 성우운수, 용남고속, 용남고속버스라인, 경남여객, 삼영운수, 보영운수, 서울여객, 명성운수, 선진상운, 성남시내버스 등 23개 회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업체의 총조합원은 7192명이며 운행차량 대수는 4599대이다.
시민들은 수능 당일 대중교통 파업을 우려했다. 경기 평택시 서정동에 거주 중인 김다운(24⋅여)씨는 “이번 파업은 국가 행사에 개인 이익만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수능 날은 회사 출근 시간도 늦추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라며 “버스 기사들의 간절한 마음은 알지만, 많은 국민의 배려가 무색하게 만드는 이기적인 파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윤모(23⋅여)씨는 “‘굳이 내일?’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반드시 버스를 타야만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어른들 싸움에 청소년들이 희생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도 ‘왜 하필 수능 날이냐’, ‘수험생을 인질로 잡는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능 날에 부모가 다 자차로 데려다줄 수 있는 줄 아냐’, ‘수험생에게 전날 밤까지 낯선 학교 찾아갈 걱정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아닌 사측에 비난을 해야 한다’고 파업을 옹호하기도 했다.
버스 기사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민영제 노선의 1일 2교대제 근무 형태 변경 △준공영제 노선과의 임금 격차(약 50만원) 해소 △승급 연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광주의 한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 기사 김모(61)씨는 “파업 날짜가 수능보는 날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이 이해 간다”면서 “서울과 경기 버스 간의 노동 시간 차이가 크다. 오늘도 새벽 5시에 나와서 밤 12시 넘어서 들어간다. 그런데도 월급은 더 적게 받는다”고 한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버스 기사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졌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 19로 연봉 1200만원이 삭감됐다. 손님이 줄었음에도 경기도 지자체 지원은 없다”며 “회사 측에서는 운영 버스를 40대에서 20대 정도로 줄였다. 그만큼 버스 기사의 월급이 삭감됐다”라고 설명했다.
수능 당일 파업이 진행될 시, 비판여론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5년 동안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60대 최모씨는 “파업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시민들에게 욕만 먹지 않겠냐”라며 “18일 협상에서 잘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파업 돌입 시 시·군별 가용 자원을 최대한 투입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시내·마을버스의 경우 파업 노선에 비조합원을 투입해 541대를 증차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감차 운행을 해제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조정위원들 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수능 날 새벽으로 협상 일정이 잡힌 것”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