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이 놀고 싶어요” 초등학생이 말하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

“차별 없이 놀고 싶어요” 초등학생이 말하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

기사승인 2021-11-26 06:05:01
2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서연초등학교 4학년 2반 사회 시간.   사진=박효상 기자

“저희 동네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놀이터(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통합 놀이터)가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직접 다녀와 보니 놀이시설이 부족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장애인 어린이들은 이미 많은 시설에서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는데, 놀이터에서 마저 차별을 겪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통합 놀이터 숫자를 늘리고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 지난 8일 올라왔다. 청원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있는 서연 초등학교 4학년 2반 학생들이 작성했다.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청원을 올렸다. 청원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봤다.

서연초 4학년 2반 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  영상=박효상 기자

24일 오후 12시30분 서연초 4학년 2반 사회 시간. 이날 수업 주제는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동탄의 통합 놀이터는 여울 놀이터 한 곳이다. 여울 놀이터를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학생들은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은 통합 놀이터의 수가 부족하고, 놀이시설도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하은(10)양은 “여울 놀이터 바닥은 모래가 깔려 있어 휠체어가 다니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이세린(10)양은 “촉감, 청각 등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구가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실로폰 놀이기구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설 내 안전장치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연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장애 통합 놀이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구체적인 개선책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고 쉽게 다닐 수 있게 모래 대신 우레탄 바닥재로 바꾸기 △놀이기구에는 키가 작은 유아나 지체장애인도 쉽게 움직이도록 계단 대신 넓은 경사로 만들기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게 넓은 미끄럼틀이나 그네 만들기 △곳곳에 손잡이나 쉼터를 설치하고, 제 기능을 못 하는 촉각, 청각 감각 놀이 도구를 확충하기 등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마을마다 최소 하나씩은 통합 놀이터를 만드는 법이 생긴다면 좋겠다”면서 “장애 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 학부모, 전문가 의견을 모아 통합 놀이터에 대한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법과 규칙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도 촉구했다.

통합 놀이터는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에 의미를 두고 있다.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동도 안전한 시설에서 동등하게 어우러져 놀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실제 여울 놀이터에 방문해 본 결과, 장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 시설은 한 개에 불과했다. 휠체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마련된 경사로에는 턱이 존재했다. 놀이기구 안에 마련된 감각 놀이용 시설물은 용도를 알 수가 없을뿐더러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에 위치한 여울공원 내 무장애 통합 놀이터.   사진=박효상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놀이터 7만6858 곳 중 통합 놀이터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약 0.03%이다. 지난해 8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 및 비장애 어린이 모두 불편 없이 어린이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문턱은 높았다. 놀이기구 사이 간격 확대 및 경사로 설치 등으로 인해 추가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어린이의 놀이시설에 관한 법안은 행정안전부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는 장애아동용 놀이기구 관련 기준은 없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인이 함께 놀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휠체어나 보조 기구를 타고 탑승이 가능한 시설 등 새로운 시설물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다”며 “기준이 없어 개발이 어렵다 보니 통합 놀이터 내 시설물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놀이기구 개발업체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사무국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안전검사나 설치검사를 거쳐 놀이터 준공 및 사용 허가를 내주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업체가 놀이기구 안전 검증 자격과 그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통합 놀이터에 맞는 놀이기구가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영 인턴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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