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하다. 영화가 지닌 에너지가, 인물이 마주한 곤란함의 정도가, 스크린을 수놓는 영상의 수위가 모두 그렇다. 도발적이다 못해 불온하기까지 한 상상을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는 지점까지 달려간다. 이런 영화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영화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알렉시아(아가트 루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알렉시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후 머리에 티타늄을 넣고 살아간다. 그 때문인지 남들과 조금 다른 성향을 갖게 된 알렉시아는 댄서로 자신의 욕망을 대리 만족하려 하지만,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해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빈센트(뱅상 랭동)과 함께 지내며 이전과 다른 삶을 마주한다.
‘티탄’은 장르물의 문법을 따라가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과 가족, 범죄 등 익숙한 이야기들인데도 처음 보는 이야기처럼 그린다. 우리가 사는, 우리가 아는 지금 이곳은 오직 알렉시아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세계로 비친다. 그의 관점에선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규범과 윤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물질과 생명 법칙도 거부한다. 알렉시아의 욕망과 고민,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이 전반부를 보는 관객이 해야 할 숙제다. 빈센트가 등장해 2인 구도로 바뀌는 후반부에 접어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 주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삶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 알렉시아의 삶에 있어 가장 극적인 변화의 순간이다. ‘티탄’에는 온갖 상징과 이미지가 거미줄처럼 교차한다. 금속과 불의 이미지부터 생명을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 여성과 남성, 혼자와 가족 등 전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개념이 등장해 서로 충돌하고 타협한다. 집 밖에서 세상을 탐구해가는 알렉시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인 동시에,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어머니가 되는 이야기이고, 신인류의 탄생을 선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개 돌리지 않고 중요한 순간들을 목격하는 영상 역시 영화의 독특하고 끔찍한 매력을 더한다. 신화, 혹은 판타지로 받아들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끔 옭아매는 감독의 집요함이 지독할 정도다.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사랑’이 영화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관객은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 ‘티탄’으로 올해 열린 제7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오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