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대학의 주인’ 학생이 말하는 대학의 미래

‘진정한 대학의 주인’ 학생이 말하는 대학의 미래

제1차 학생자치포럼 ‘대학의 미래, 학생이 말하다’ 열려

기사승인 2021-12-13 07:18:43
지난 3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청년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제1차 학생자치포럼 ‘대학의 미래, 학생이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이상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이하 예대넷) 운영위원은 포럼에 대해 “대학 현장에 있는 대학생들이 바라본 교육의 현주소를 발화하는 자리”라며 “대학 전반에 대해 대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나누고 대학과 사회의 앞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포럼이 의미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석준 국가교육회의 청년특별위원장은 “대학에서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이 얼마나 발언권이 있나 돌이켜보면, 이런 자리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학이 발전해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첫 순서로 이 운영위원의 기조 발제가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 대학에는 구성원을 위한 안전망도,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도 부재하다. 사회에서 규정된 혐오와 차별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며 지식과 이성에 대한 비판도 없다”며 대학의 △학생자치 붕괴 △혐오와 차별·폭력 △구조조정과 서열화·사학 중심의 기형적 고등교육을 주제로 현 문제를 짚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학생자치 붕괴에 관해 “자치 역량을 길러나가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라며 “그러나 대학에서는 재학생을 중심으로 신입생에게 학내 자치문화를 체화시켜갔지만 1년마다 교체되는 학생회는 역량이 축적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점차 소멸했다. 더불어 코로나 19가 무너지고 있는 학생자치에 회복될 수 없는 치명상을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상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운영위원 기조 발제 캡처

아울러 이 운영위원은 미투(Me too) 운동 이후 수많은 교수의 성 비위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교단에 서 있다며 이 문제와 함께 대학 내 만연한 혐오·차별·폭력에 관해 논했다. 이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안전하길 바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막강한 ‘대학의 자율성’ 앞에 묵살된 것”이라며 “학내 인권센터가 제대로 작동하는 대학이 거의 없으며, 이러한 학내 구조에 상응하듯 구성원들조차 ‘에브리타임’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서 혐오와 차별을 쏟아낸다”고 강조했다. 

대학 구조조정·서열화 및 사학 중심 기형적 고등교육 구조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상현 운영위원은 “천편일률적인 기준 아래에 대학을 평가해 줄을 세우는 대학 구조조정은 노무현 정부부터 지속하고 있다”며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비수도권 대학은 소멸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해결할 골든타임마저 놓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계열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이기에, 최근 많은 예술대학이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인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며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운 대학 구조조정은 ‘경쟁’을 통한 조정 방식이 아니라 대학 서열화와 사학 중심의 고등교육 사유화를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학 문제는 대학 내부에서 해결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교육 전반과 더 나아가서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이 필요한 이유”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대학의 자율성’ 중시는 책임 전가?

김동현 충정권대학생연합회 의장은 교육부가 대학 정책을 펼칠 때 지속해서 거론하는 ‘대학의 자율성 중시’를 논하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등록금 반환 및 금전적 보장 이슈가 떠오를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반환은 대학 총장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변하며 대학 관련 이슈는 대학 내 구성원 간 합의로 결정할 것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교육부가 주장한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의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동시에 교육부는 대학교육 기조와 운영에 직결되는 사안, 대학의 자율성에 해당하는 부분들에 관해서는 과감한 목소리를 낸다”며 교육부 주장에 모순이 있으며, 대학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수 중앙대 제6·7대 성평등위원은 “교육부가 여러 가지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을 길들이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서 대학의 자율성을 핑계 삼는 모습이 간혹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태균 전국총학생회협의회 강원권 의장은 “지난해부터 코로나 19라는 유례없는 재난으로 모든 대학이 재난 학기 체제로 들어가 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대표적으로 학생 교육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시행되면서 수업의 질 하락·강의 환경 문제·시험 공정성 문제가 화두 됐다”며 “이와 같은 부분을 계속해서 대학본부에 시정 요청을 많이 했지만, ‘수업 운영은 각 교수의 권한’이라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이 태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김태균 의장은 교육부에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통해 학생 교육권 보장에 앞장서라는 요구를 내세웠다. 

“대학 문제는 교육부의 정책 실패”

김동현 충청권대학생연합회 의장 발제 캡처

김동현 의장은 △지역대학의 위기 △전공-직업 미스매치 △일자리 문제 심화 △ 불균형적인 대학본부·학생 의견 청취, △모호한 대학의 자율성을 활용한 모순적인 정책 운영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진 교육부의 정책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대책으로 지역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교육부의 일원화된 정책으로 전국 대학이 영향을 받는 구조에서, 지역 중심으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는 예산조달·일원화가 필요한 소수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 이외 다른 영역은 지역 현황을 보다 이해하고 있는 지자체와 대학이 밀착형 논의를 하는 구조를 마련해, 특수성을 고려한 지역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대책이 선행되면 “지자체는 지역 거점대학의 중심으로 해서 예산을 투입하거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수 위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의 필요성을 나타냈다. 그는 “교육부가 (대학에) 주다 말다하는 식으로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함으로써 초·중등교육처럼 그 대학에 필요한 재정만큼 대학 규모에 따라 대학이 올바르게 운영되는 데 필요한 재원만큼을 교부하고 또한 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감사를 통해서 청렴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 그러나 현실은

김찬우 가톨릭대 부총학생회장 발제 캡처

김찬우 가톨릭대 부총학생회장은 교육의 답을 찾아줄 대학가 학내 거버넌스의 현주소는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직 절대다수 대학이 완전임명제 형태로 총장이 선출되고 있다. 또한, 총장직선제가 실현됐어도 대부분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쳐 학내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주체별 동등한 투표 반영 비율 보장으로 진정한 총장직선제의 의의를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학평의원회는 가톨릭대 경우 학생 위원 3인을 제외한 위원 중 10인이 사실상 총장이 위촉하는 구조다. 등록금심의위원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물론 위원 구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사결정기구가 ‘졸속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대학 구성원의 주체로서 학생들을 인정하고, 대학 운영에 대학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확대해 나가는 흐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재정위원회·대학평의원회·코로나 회의체 학생 참여 비율 및 권한 확대를 통한 성적평가·수업 운영·학과 구조조정 등 학사 운영 방식 학생 의견 보장 △학생 참여 총장선출제도 법제화 및 최저투표 기준 설정 △사립대학 이사회 내 ‘학생 이사’ 선출제 도입 △비민주적 학칙 폐지 및 학생자치기구 법제화 △정보 공개 및 정기 감사를 통한 투명성 강화를 요구했다.

헌법 위에 학칙이 군림, 무시되는 학생 인권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학의 비민주적인 학칙으로 인한 학생활동 제약 및 헌법에 규정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차 집행위원장이 밝히길, <대학언론협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전국 180개교 중 142개 대학에 언론검열 관련 학칙이 있다. 차종관 집행위원장은 “대학언론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및 학교 운영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교 운영 주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 학생의 언로가 되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 가치가 명백하다”며 “대학언론이 제 기능을 찾아 학내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공론장이 돼야 대학의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대학본부가 대학언론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대학언론 탄압뿐만 아니라 학생활동에 큰 제약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내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총장이나 학생처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한신대 학생대표자들이 학내비리에 맞서 천막 농성 및 기자 회견을 진행했으나, 대학본부 측은 학교 명예를 실추하고 학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학생 참여자들을 무더기로 무기정학 처분했다”고 알렸다. 또한, “간행물 발행, 홍보물 부착 시 학교 측의 사전 승인 및 담당자 검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홍윤 중앙대 제8대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은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대자보를 붙일 때 제지를 당했던 사례가 있다. 대자보 게시는 학생들이 발화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대학사회가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그 외에도 차종관 집행위원장은 △학생지도위원회의 모호한 징계처분 △학생자치단체 조직 승인 필요 △학생자치기구 대표자의 자격 기준제한 △정치 활동 금지 △복장·이성 관계 등 사적인 영역규제 △’학생들의 학교 운영 참여 불가‘ 조항 △강의실 대관 검열 등이 존재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차종관 집행위원장은 교육부가 이 문제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고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으로 보장된 인권보다 우선하는 판단 기준을 보여줬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공론장을 열고, 학칙 개정 과정에서의 학생 참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해 학칙 관리 감독 전면 시행 및 비민주적·반헌법적 학칙 조항 철폐 유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소수자 목소리의 확성기, 대학인권자치기구 필요해

송지현 중앙대 제8대 성평등위원장 발제 캡처

송지현 중앙대 제8대 성평등위원장은 대학인권자치기구의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학인권자치기구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조직’이 필요하다. 총학 산하 기구로서 독립된 자치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자치기구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또한, 송 위원장은 “그 해에 어떤 총학생회장단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그해의 인권자치기구가 갖는 권한의 폭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총학생회장단이 선출된다면 그해의 성 평등 기구는 다양한 젠더 사업에 대한 예산을 분배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송지현 위원장은 “‘에브리타임’과 같은 대학 익명 커뮤니티의 혐오표현 문제를 더는 자율이 아니라 제도적 규제로 해결해야 한다. 혐오 표현 규제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또한, “학생 자치 현장에서 학생 대표자들이 학내 소수자 권리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학교가 안전한 학교환경을 보장해야 하고 학생대표자들과 함께할 대학인권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주현 객원기자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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