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기 오산시 궐동 길거리의 한 의류 수거함. 붉은색 철제 의류 수거함에는 편지와 꽃다발이 가득했다.
의류 수거함 앞에 마련된 작은 탁자에는 젖병, 우유, 기저귀, 장난감 등 아기용품들이 놓여 있었다. 종이컵에 향초를 피운 흔적도 있었다. 탁자에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사과 메시지가 놓여 있었다. 의류 수거함 앞에 붙어 있는 편지에는 “이 추운 곳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늦게 알아줘서 미안하다”, “부디 그곳에서는 사랑 많이 받길 바란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이 의류 수거함에서 지난 19일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는 오후 11시30분 헌옷 수거업자에 의해 발견됐다. 알몸 상태로 수건에 싸여있는 모습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인근 주민인 용환진(25)씨는 “태어나자마자 아이를 죽인 것이지 않냐. 정말 무책임하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인 이수현(25·여)씨는 “사건이 알려지고 지나가면서 의류 수거함을 봤다. 정말 딱하다”며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이날 오후 2시 정영준(35)씨와 김은하(31⋅여)씨는 의류수거함에 편지를 붙이고 돌아갔다. 이들은 의류수거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애도했다. 정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를 버린 친모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붙인 편지에는 “세상 빛도 못 보고 떠난 아가야.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의류 수거함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들은 아이의 친모에 대해 듣거나 목격한 내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빌라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한번도 아이나 친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하는 남성도 “보도를 통해 접한 내용만 알고 있다”며 아이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아이를 유기한 친모의 남편 박모(23)씨도 이곳을 찾았다. 박씨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왜 그랬는지 묻기 위해 아이 엄마가 있는 유치장을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이의 친모인 20대 A씨는 시체유기 혐의로 지난 26일 구속됐다. A씨는 “남편 모르게 임신했다가 들킬까 무서워 아이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의류 수거함에 유기할 당시 아이의 생사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등을 통해 A씨가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유기했거나 유기해 숨지게 한 정황이 확인되면 추가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A씨는 지난 5월에도 경남 창원시 한 전세방에 한 살과 세 살짜리 아들을 방치한 전력이 있다. 아이 울음을 들은 다른 층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은 방문한 경찰에 따르면 쓰레기가 쌓여있는 지저분한 환경 속에 아이들이 방치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