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반년이다. 지난 3월 모집을 시작, 9월부터 제작에 돌입해 12월에 마무리되기까지.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의 시간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110명으로 시작해 최종 10명으로 좁혀지는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난과 역경을 넘고, 성장과 극복을 통해 박창근을 필두로 김동현, 이솔로몬, 박장현, 이병찬, 고은성, 손진욱, 조연호, 김희석, 김영흠 등이 빛을 봤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이제부터 진짜 국민가수가 되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 29일 ‘국민가수’ 톱 10을 서울 잠원동 n.CH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에 이뤄진 인터뷰여도 생기가 가득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소탈한 답이 돌아왔다. 곧 있을 갈라쇼와 콘서트 준비에 매진하고 있단다. 이솔로몬은 “각자에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씩 웃었다.
바쁜 와중에도 뜨거운 반응은 실감한다. 최근 촬영차 부산을 다녀온 김동현은 남포동 시장에서 인기를 체감했다. “카메라 없이 혼자 다녀도 알아보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그를 시작으로 “가족들과 더 돈독해져서 랜선 파티를 열기로 했다”(고은성),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고 장모님이 전보다 더 반겨준다”(박장현), “친구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난리다”(김희석)는 등 일화들이 쏟아졌다. 조연호와 이병찬, 손진욱, 박창근은 “생각보다 알아봐주는 분들이 없다”면서도 “가족들의 자랑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남은 것도 많았다. 음악의 길을 뒤로하고 시인으로 살던 이솔로몬은 ‘국민가수’로 사회성을 되찾았단다. 그는 “글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라 대화할 일이 적었다”면서 “경연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음악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록 밴드로 활동하던 손진욱은 미국과 일본의 록 음악에 심취하다 ‘국민가수’를 계기로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 역도선수를 하다 가수로 전향한 이병찬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일궈냈다. “1년 만에 많은 걸 배웠다”고 운을 뗀 그는 “운이 참 좋다고 느낀다”며 웃었다.
한때 이들에게 음악은 끝없는 터널과 같았다. 좌절을 거듭할수록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러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잡은 기회가 ‘국민가수’다. 조연호는 경연을 이어가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그는 “음악에 확신이 없어져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할 때 ‘국민가수’를 만났다”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오래 멀리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 이탈 사건으로 공황장애를 겪던 박장현에게도 ‘국민가수’는 뜻깊다. 심사위원 김범수가 ‘국민가수’를 ‘박장현의 회복기’로 평했을 정도다. 박장현은 예선에서 부담감에 호흡곤란을 겪고, 결승 1차전에서 긴장감에 박자를 놓쳐 안타까움을 샀다. 박장현은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싶었는데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내가 노래하길 기다려줬다”면서 “내게 가진 기대를 느끼자 더는 실수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며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박창근은 ‘국민가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3년을 무명가수로 살던 그에게는 이제 ‘국민가수’ 우승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나이로 인해 음악 생활에도 고민이 많았다”고 운을 뗀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여러 조언을 얻으며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며 ‘국민가수’에 고마움을 표했다. 2위를 차지한 김동현은 닭갈비 가게에서 매일 200인분의 숯불을 피우다 ‘국민가수’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경연을 거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톱 10 모두에게 ‘국민가수’는 각별한 추억이자 새로운 원동력이다.
“‘국민가수’는 새로운 시작이에요. 저희 모두가 국민가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김영흠)
“많은 분이 저를 응원해준다는 걸 느껴요. ‘국민가수’ 덕분에 책임감이 생겼어요.”(김희석)
“오디션만 네 번째예요. 인생의 마지막 오디션이 되길 바라요.”(조연호)
“‘국민가수’로 자신을 믿게 됐어요. 저를 낮추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손진욱)
“환기가 된 시간이었어요. 제 인생에 더 이상의 경연은 없을 거예요. 하하.”(고은성)
“꿈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이 꿈에서 깰까 봐 모든 순간을 기억하려 했어요. 앞으로 나아갈 발판이 돼줘서 감사해요.”(이병찬)
“경연을 치르며 힘든 일들을 극복했어요. 이제는 진짜 국민가수가 되고 싶어요.”(박장현)
“‘국민가수’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어요.”(이솔로몬)
“저는 늘 목표와 꿈을 크게 가져요. 해나가야 할 일도 많죠. 더 나아갈 수 있게, 이 시간에 열심히 집중해보겠습니다.”(김동현)
“돌아보면 ‘국민가수’는, 거부해왔어도 삶에서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어요. 덕분에 발전했고, 만족합니다.”(박창근)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