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랐다. ‘펜트하우스 2, 3’의 배우 김소연이 올해 SBS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다. 강력한 대상 후보였지만 최우수연기상에 그쳤던 지난해의 아쉬움을 1년 만에 씻어냈다. 올해 히트작이 몇 없던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SBS 연기대상은 여러 드라마가 경쟁을 벌였다. 특히 좋은 평을 받았던 ‘원 더 우먼’ ‘모범택시’ ‘라켓소년단’ ‘홍천기’ 등이 골고루 상을 나눠가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이날 시상식은 객석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1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1 SBS 연기대상에서 없던 것을 중심으로 주요 순간들을 정리했다.
이변은 없었다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김소연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이자 하루 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남궁민이 대상 시상자로 나서 김소연의 이름을 불렀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이하늬, 이제훈이 최우수연기상을 먼저 수상하며, 김소연만 무관이었던 상황이다.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김소연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28년 전 SBS 드라마에서 보조 출연자로 (연기를) 시작했다”며 “SBS에서 엄청나게 큰 상을 주셔서 믿어지지 않는다.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송구스럽다”고 감격에 젖었다.
대상 후보가 없었다
사전 조율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대상을 받지 못하는 것을 직감한 걸까. 대상 후보 중 하나였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배우 송혜교는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다. 대상 후보에 오른 김소연, 이하늬, 이제훈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MC 신동엽은 “세 분과 또 한 분이 대상 후보”라며 송혜교의 불참을 암시했다. 후보로 다수 거론된 대부분 작품의 남녀 주연 배우가 상을 받아간 것과 달리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송혜교와 장기용은 수상에 실패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종영까지 3회를 남겨뒀다.
독주는 없었다
지난해처럼 드라마 한두 편에 상을 몰아주는 일은 올해 SBS 연기대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지상파 3사 중 가장 높은 드라마 평균 시청률 11.6%(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한 이유가 수상 작품의 다양성에서도 나타났다. ‘모범택시’, ‘원 더 우먼’을 시작으로 ‘홍천기’ ‘그 해 우리는’ ‘라켓소년단’ 등 여러 작품이 경쟁을 펼쳤고, 상을 고루 나눠가졌다. 지난해 트로피를 휩쓸었던 ‘펜트하우스’는 ‘펜트하우스’ 시즌2와 시즌3로 다시 후보에 다수 올랐지만, 김소연의 대상을 제외하면 무관에 그쳤다. 대신 지난해 수상한 배우들이 시상에 대거 참여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아무도 없었다
비대면 시상식의 모범을 보여줬다. 2021 SBS 연기대상은 객석을 없앴다. 상을 받는 배우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와 무대에 놓인 트로피를 직접 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객석에 앉아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수상자 발표 직후 짓는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수상을 축하하는 박수나 함성도 들을 수 없었다. MC 신동엽과 김유정은 4시간20여분 동안 이어진 고요한 시상식을 평소보다 더 많은 말로 채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시점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를 없앤 방역 태도는 바람직했다. 시상식의 현장감, 긴장감이 덜한 건 아쉬웠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