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현재 50개의 게임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굿게임상’을 받은 ‘MazM: 페치카’의 제작사 ‘자라나는 씨앗’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성장한 개발사다. 이밖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개발사도 여럿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3주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잽잽스튜디오의 홍성윤(34) 대표는 ‘스타트업’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각각 한 번씩 인턴 생활을 한 그는 ‘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상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취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졸업 이후 3년간 신생 게임개발사에서 일한 홍 대표는 2020년 마음이 잘 맞는 직장 동료 한 명과 잽잽스튜디오를 창립했다. “잽잽스튜디오만의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홍 대표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잽잽스튜디오의 홍성윤 대표입니다. 2016년 초 게임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고, 이 경력을 밑거름 삼아 2020년 6월 잽잽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으로 이용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개발 중입니다.잽잽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잽잽스튜디오는 전 회사 ‘싱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주정은 그래픽 디자이너와 제가 꾸려가는 개발사입니다. 자체 캐릭터를 기반으로 ‘이지·데일리·펀(쉬우면서도 매일 재밌게 즐길 수 있는)’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고 있어요. 작지만 강한 팀으로 출발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잽잽스튜디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대학교 4학년 때 진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스타트업 ‘링크 닷츠’에서 8개월 동안 주 3일로 인턴생활을 했어요. 졸업 후에는 현대차 그룹의 현대엠엔소프트(現 현대오토에버)에서 3개월 기간 인턴으로 일했어요. 두 번의 인턴 경험 이후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에 마음이 갔어요. 제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될 가능성이 더 높았으니까요. 그때 ‘한국판 슈퍼셀’을 꿈꾸는 싱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한 카드 수집형 RPG ‘시드이야기’ 팀에서 약 3년간 근무하면서 모바일 게임 개발 외에도 글로벌 136개국 서비스 등 다양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3년차에는 메인 프로그래머 겸 개발팀 팀장을 맡았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과 함께 다수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했습니다. 당시 경영난으로 인해 제가 직접 카드 일러스트 외주 작가 섭외, 업데이트 일정 관리 및 출시, 개발, 해외 퍼블리셔 지원까지 정말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바빴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 때의 경험이 큰 자산으로 남았네요. 이를 살려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결국 주 디자이너와 함께 잽잽스튜디오를 차렸고 1년 넘게 운영 중입니다.
사명이 잽잽스튜디오인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우선 저희 회사 로고 캐릭터를 보면 복싱 글러브를 끼고 있어요. 잽은 복싱의 잽을 의미합니다. 잽은 스피드와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고 유효한 타격을 만들어 내기 위한 복싱의 기본 기술이죠. 이용자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겠다는 마음을 담아 잽잽스튜디오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잽잽스튜디오의 보배 캐릭터 ‘잽잽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작 ‘모아요 토이토이’는 어떤 게임인가요?
‘모아요 토이토이(이하 토이토이)’는 아기자기한 봉제 인형들이 사는 토이타운이 배경인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 2개를 합쳐 새로운 인형을 획득할 수 있는데요. 플레이어는 인형을 손님에게 판매하며 가게를 운영해야 합니다. 아기자기한 인형과 소품을 모을 수 있는 수집 시스템, 마을과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결합된 것이죠. 현재 타이쿤, 수집, 스타일링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토이토이는 초반부 플레이를 시작으로 빠르면 1월 말 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정식 서비스는 2022년 상반기 내로 생각중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주력 장르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기자기한 자체 캐릭터와 소규모 인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는데요.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시뮬레이션 장르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생존, 전략, 경영, 생활 등 정말 다양한 세부 장르로 나눠지는데 여성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심즈’나 ‘동물의 숲’도 시뮬레이션 장르에 해당합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이 장르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일단 먼저 여성 이용자를 위한 2D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며 게임성과 콘텐츠를 갖춰 나갈 계획입니다. 이후엔 3D 게임으로 발전시키거나 플랫폼 확장 또는 메타버스-대체불가능토큰(NFT)게임 제작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자체 지식재산권(IP) 기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자체 캐릭터를 보유하면 개발 과정에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IP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잘 만든 캐릭터의 가치는 매우 높고, 잽잽스튜디오의 캐릭터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조금씩 발전하면서 입소문을 탄다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처럼 성장해나가며 세상을 흔들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는 어떻게 입주하시게 됐나요
이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창작지원 사업 ‘아이디어 융합 팩토리’에 참여했어요. 그 때 인연을 맺은 대표님들은 이미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하셨는데요. 게임 벤처 4.0 사업에 지원해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 들어와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세요.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사무실 제공이죠. 또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유용합니다. 정식서비스 전에 QA(게임이 일정 수준의 품질이 되게끔 제품 출시 이전에 테스트 및 검수를 맡는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센터에 있는 테스트베드도 이용할 계획 입니다. 그리고 현재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데, 나중에 법인 전환 과정도 센터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네요.
글로벌 게임허브센터 입주 이후 어느정도 성장동력을 마련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두 명의 인력으로는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아요. 팀 규모를 늘릴 계획은 있나요?
소규모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각자에게 할당되는 일이 정말 많긴 해요. 자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인재를 뽑고 싶습니다. 솔직히 이전 직장 분들이 많이 떠오르긴 하는데 이미 다들 훌륭한 회사에서 열심히 각자의 일을 하고 계시네요. 만약 새로운 인재를 모신다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이 저와 일치하는 분을 뽑고 싶어요. 소규모 개발의 경우 각자의 생각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미래 지향성, 도전정신, 책임감, 실천력이 뛰어난 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요.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위해 일하며,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곧은 심지를 가진 분이요. 아울러 이용자가 즐거워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며, 생각 속에만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 세상에 구체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이런 분이라면 어떤 회사라도 모셔가려고 경쟁을 할 것 같네요(웃음).
일단은 자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인력으로 첫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토이토이 개발에 집중하려 합니다. 사업 구상, 기획, 게임 개발, 캐릭터 개발, 설문, 홍보까지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달려갈 수 있는 지금이 즐겁습니다.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센터에 입주한지 8개월이 지났는데요. 시스템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은 없어지고, 시스템의 체계화가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요. 센터 직원 분들의 업무 능력도 매우 뛰어난 편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계속해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센터 내에는 정말 유용한 시설이 많지만, 사용 방법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센터 측에서 관련 교육을 하는 등 좀 더 자세하게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산업의 규모도 커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가 많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근간이 되는 풀뿌리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많은 것이 필요하겠죠. 자금, 장비, 업무 공간, 인력 네트워크 등 외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 이용자들이 원하는 퀄리티까지 작업물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개발력을 보유해야겠죠. 유려한 운영과 효율적인 마케팅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봅니다.
향후 잽잽스튜디오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먹왕 랄프’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게이머들은 우리를 복고라고 부른다. 오래됐지만 멋지다는 의미 같다.” 게이머들이 잽잽스튜디오를 ‘잔잔하지만 오래되고 멋진 복고를 만든 게임사’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