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이머 사이에서 원성이 잦았던 ‘화학공학 드래곤’이 자취를 감춘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LoL은 올해로 출시 11년차를 맞은 장수 게임이다. 오랫동안 게이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해마다 이뤄지는 대규모 패치다. 게임 내 오브젝트나 지형지물의 추가 및 변화, 아이템 변경 등으로 매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은 게임에 신선함을 더해 호평을 받지만, 일부는 밸런스를 과도하게 해쳐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번 시즌은 새롭게 추가된 화학공학 드래곤이 대표적이다.
LoL에는 화염, 바다, 대지, 바람, 장로 등 다양한 드래곤이 존재한다. 드래곤을 처치하는 팀에게는 각 드래곤이 가진 고유 버프 효과가 돌아간다. 아울러 당시 협곡을 지배하고 있던 드래곤의 특성에 따라 ‘소환사의 협곡’ 속 지형지물이 바뀐다. 바다 드래곤의 경우 비전투시 체력과 마나가 회복되고, 협곡에 수풀과 꿀열매가 자라는 식이다. 승패에 영향을 적잖이 미치는 요소라, 드래곤을 차지하기 위해 둥지 근처에서 대규모 전투가 열리곤 한다.
라이엇게임즈는 올 시즌 기존 5개 드래곤에 ‘마법공학 드래곤’과 화학공학 드래곤을 추가했다. 스킬 가속과 공격 속도 증가의 효과를 지니고, 원하는 장소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포탈이 협곡에 등장하는 마법공학 드래곤은 호평을 받았지만, 화학공학 드래곤은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4번째 드래곤으로 화학공학 드래곤을 처치해 영혼을 차지한 팀은, 사망한 챔피언이 일시적으로 부활해 좀비 상태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 진영에 짙은 안개가 깔리는데, 안개 속에 들어가면 위장 상태가 된다. 여기서 자신보다 체력이 높은 적을 공격하면 최대 10%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
화학공학 드래곤을 경험한 유저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해외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 ‘레딧’에는 화학공학 드래곤을 삭제해야 한다는 유저들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해외 프로 선수들도 앞 다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럽 리그(LEC) 팀 바이탈리티의 정글러 ‘셀프메이드’ 오스카르 보데렉은은 “LoL은 시야를 갖고 싸우는 게임인데, 화학공학 드래곤은 이 요소를 완전히 없애버린다”며 안개 효과를 지적했다. 매드 라이온스의 탑 라이너 ‘아르무트’ 이르판 베르크 튀케크도 “싸움을 걸고 이겨도 부활한 챔피언을 치지 않기 위해 일단 물러나야 한다. 다섯 명이서 열 명과 싸우는 셈”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밖에도 ‘트레즈’와 ‘코브’ 등 현직 게이머들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내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젠지 e스포츠의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은 시즌을 앞두고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화학공학 드래곤이 불합리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스트레스받는다. 내가 오랫동안 LoL을 해오며 쌓아온 개념 자체가 바뀌는 느낌이다. 분명 내가 가진 데이터에 따르면 특정 플레이를 해도 되는 자리였는데 그 플레이를 시도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화학공학 드래곤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자, 라이엇게임즈는 뒤늦게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섰다.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결국 25일(한국시간)부로 화학공학 드래곤을 전 세계 서버에서 당분간 비활성화 하기로 결정했다.
라이엇게임즈는 “프리시즌 이후 소셜 미디어와 설문조사를 통해 플레이어 여러분의 의견을 들었다”며 “지고 있는 팀의 입장에서 화학공학 드래곤은 너무 괴로운 요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변경을 시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기존 버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변경을 시도해보려고 하며, 특히 지형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정말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작업인지라 화학공학 드래곤은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에는 우리의 판단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그리고 귀중한 의견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