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실 산파역 ‘NIH파트너링’…“韓기업에도 열려있다”

가다실 산파역 ‘NIH파트너링’…“韓기업에도 열려있다”

기술이전·전임상·중개연구 전 과정 협업 가능
국내기업 펩트론 선례… 라이선스 독점 확보

기사승인 2022-02-10 15:25:44
한국제약바이오협회·미국 국립보건원(NIH) 웨비나 갈무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향해 “협력 창구가 항상 열려있다”며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권했다.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웨비나에 참석한 마이클 샐겔러 NIH 산하 국립암연구센터(NCI) 기술이전센터(TTC) 연구개발마케팅본부 총괄 감독은 “한국의 기업들과 기술 및 아이디어를 공유해 전 세계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NIH의 파트너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이전 △전임상·임상시험 지원 △NIH 소속 연구자 협업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NIH는 미국 연방정부 기관으로, 민간 기업·대학·연구소의 R&D 투자를 지원한다. 산하에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와 알러지·감염성질환연구센터(NIAID) 등을 비롯한 27개 분야별 연구기관을 두고 있으며, 6000명 규모의 연구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연간 예산은 410억달러(한화 약 49조647억원)로, 이 가운데 90%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집행한다.

NIH와 기업의 파트너링은 다양한 유형으로 체결된다. NIH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기업이 개발 중인 기술을 NIH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동물모델의 전임상과 기초연구뿐 아니라 중개연구 단계도 협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NIH는 산하에 대규모 임상시험 전문 병원을 두고 있으며, 현재 사람 대상 첫 투약 시험(FIH)을 포함해 10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케미칼·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만 파트너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IH는 백신, 진단장비, 웨어러블 툴 및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기술도 협업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NIH의 파트너링 목표는 미충족 수요 해소와 기술 접근성 향상이기 때문에 상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R&D도 협업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의 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미국 내 사업소가 없는 기업도 파트너링을 체결할 수 있다. 

파트너링 기업 선정은 경쟁적 절차가 아니다. 기업이 제안한 연구과제에 대해 NIH 소속 기관의 연구자들이 검토 의사를 표하면 파트너링 체결을 위한 조율이 시작된다. 따라서 제안 기간도 정해진 바가 없다. 제안 후 곧 파트너링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수 년간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NIH가 확보하고 있는 투자 벤처캐피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2020년 기준 △종양학 △신경학 △플랫폼 △심혈관계 △면역학 등이다. 샐겔러 총괄 감독은 해당 분야의 연구과제에 풍부한 잠재적 협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파트너링 기업은 NIH로부터 간접적인 비용지원과 현물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가령 동물모델 전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면, 기업이 시험에 필요한 물질을 제조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시험을 실시하는 비용은 NIH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파트너링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NIH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 발생은 기대할 수 없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NIH는 이를 다시 연구비로 재투자한다. 

NIH는 연구 과정에서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의약품 당국과 협의해야 하는 각종 인허가를 돕기도 한다. 특히 FDA로부터 전문가 자문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제품을 완성해 상업화하면, 파트너링 기업이 독점 라이센스를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NIH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파트너링을 근거로 지분 및 라이선스를 요구하거나, 자체적으로 회사를 출범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진 파트너링 성과는 ‘가다실’이다. 가다실은 MSD가 출시한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백신으로, NIH와 파트너링을 통해 개발됐다. 가다실의 지난해 전 세계 매출 실적은 약 55억달러(6조5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얀센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프레지스타’,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 역시 NIH와 파트너링을 통해 개발됐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프레지스타는 약 21억달러(2조5000억원), 벨케이드는 약 18억달러(2조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펩트론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펩트론은 지난 1997년 대전에 설립된 바이오기업이다.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를 연구하면서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펩트론은 약효지속성 관련 기술 연구과제를 NIH측에 제안했고, 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가 관심을 표해 2014년도에 파트너링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도에 연구진들은 뇌혈관장벽 투과 기술을 개발했으며, 해당 기술의 라이선스는 펩트론이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NIA와 펩트론은 현재까지 파트너링을 지속 중이다. 

NIH의 파트너링 대상은 대학(42%), 기업(40%), 비영리기관·재단(11%), 정부(7%)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가 66%로 가장 많다. 이어서 유럽(21%), 아시아(12%)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펩트론을 포함해 총 135개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이 NIH와 파트너링을 맺고 있다. 샐겔러 총괄 감독은 아직까지 아시아 지역의 파트너링 비율 높지 않지만,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