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에 참가하는 국내 미드라이너들의 현재 최대 난제는 ‘라이즈’다. 14일까지 올 시즌 LCK에서 ‘라이즈는’ 총 21차례 나왔는데, 7승(33.33%)을 거두는 데 그쳤다. ‘라이즈’ 장인으로도 유명한 ‘페이커’ 이상혁(T1)도 3번을 뽑아 3번 모두 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라이즈에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 성능은 준수하다는 것. 라이즈가 나온 경기에서 공교롭게 패배가 나오곤 있지만, 라이즈의 문제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CK 최대 라이벌인 중국 프로 리그(LPL)에선 라이즈의 승률이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14일까지 총 29번 나와 17승12패, 승률 59%를 기록 중이다. 현재 미드 라인 최고의 픽으로 분류되는 ‘코르키(55G)’와 ‘빅토르(55G)’에 이어 가장 많이 미드라이너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상혁은 라이즈 픽에 대해 “패배를 많이 하긴 했지만 어떤 부분들이 패배 요인인지 정확히 분석해서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라이즈를 할 때 마다 초중반 실수가 많이 나오는 게 가장 문제”라고 평가했다.
젠지 e스포츠의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 역시 “라이즈가 승률은 좋지 못하지만 연습할 땐 굉장히 잘 되고 있고 실제로도 성능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대회 때마다 잘 안 된다. 뭔가 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어지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즈가 아니어서 이겼다는 것도 잘은 모르겠다. 판단이 어렵다. 그래도 언제든지 또 뽑을 수 있는 픽이라고 생각한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라이즈를 잘 다루는 ‘쇼메이커’ 허수(담원 게이밍 기아) 역시 라이즈의 성능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허수는 올 시즌 라이즈를 3번 뽑아 모두 이겼다.
지난 1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 2세트에서 라이즈로 맹활약,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을 받은 그는 라이즈에 대해 “자기만 잘해서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라, 사이드라인에 로밍을 가거나 푸쉬를 잘해줘야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이라며 “하면 할수록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안 좋은 것 같다. 이기니까 계속 하고는 있는데 언제 버릴지 모른다.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다면 LPL에선 왜 라이즈의 승률이 좋은 것일까.
일각에선 난전을 즐기는 LPL의 특성이 라이즈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허수는 “라이즈는 킬(Kill)이 많이 나오는 난타전 성격의 게임에서 힘을 발휘한다. 합류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LPL의 평균 경기 시간은 31분45초로 LCK(35분18초)보다 약 4분가량 짧다. 킬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 편인데 EDG는 평균 16.9킬로 가장 많은 킬을 기록했다. JD 게이밍과 LNG e스포츠는 15킬, 14.8킬로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경기 당 14킬 이상을 올리는 팀이 무려 7팀이다. 반면 LCK는 T1이 경기 당 14.3킬을 기록해 이 부분 1위에 올랐다. 14킬 이상을 기록한 팀은 T1이 유일하다.
대신 LCK는 LPL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당 드래곤 처치 수가 많다. 난전보다는 드래곤 등 오브젝트 주변에서 벌어지는 정돈된 한타와, 이어지는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거리가 긴 챔피언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까지 더해지니, 초중반 잦은 난전에서 힘을 발휘하는 라이즈가 손을 쓰기 힘든 구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수는 “라이즈는 상대 사거리가 월등히 길면 무기력해진다”고 귀띔했다.
다만 LCK 내에서 라이즈의 승률이 조금씩 상승 중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스프링 3주차 전까지만 해도 2승에 그쳤던 라이즈는 3주차 이후 5승을 내리 거뒀다. 이제는 ‘라이즈 활용법’이 어느정도 정립된 모양새다. ‘필패 아이콘’의 오명을 쓴 라이즈이지만, 현재로선 향후에도 꾸준히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