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 번 ‘K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MMORPG(다중접속역할게임) ‘로스트아크’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스마일게이트 측에 따르면 지난 11일 북미와 유럽, 남미와 호주 등 글로벌시장에 출시된 로스트아크의 최고 동시접속자수는 이틀 만에 132만 명을 넘었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 신규 가입자는 470만 명에 달했다. 2017년 8월 배틀그라운드가 기록한 약 325만 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은 게임이 됐다.
이용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서구권에선 서버 과부하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로스트아크의 배급을 맡은 아마존게임즈는 출시를 앞두고 서버를 43개에서 68개로 늘렸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접속자가 몰리며 전 지역에서 대기열이 발생했다. 아마존 게임즈는 13일 유럽 지역에 서버보다 상위 개념인 신규 ‘리전’ 증설을 예고했다.
금강선 디렉터에 대한 해외 게이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과 합리적인 운영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빛강선’이라 불리는 그는, 해외선 ‘골드리버(Gold River‧금강)’라 통한다. 레딧 등 유명 해외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금 디렉터의 사진과 발언 등을 인용한 ‘밈(meme)’이 유행 중이다. 아마존의 공식 트위치 채널 ‘크라운’에 등장한 금 디렉터의 라이브 영상은 동시 시청자 수 10만 명, 누적 시청자 수 8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입맛 까다로운 해외 게이머 어떻게 사로잡았나
로스트아크의 이번 돌풍은 한국형 MMORPG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MMORPG는 진입 장벽이 높아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기 힘든 편이다. 실제로 동시접속자수 1위인 배틀그라운드는 FPS 장르, 3위 ‘도타2(130만 명)’는 AOS, 4위 ‘사이버펑크2077(105만 명)’은 오픈월드 게임이다. 로스트아크의 이번 행보는 RPG 장르를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는 성과인 셈이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이후 이렇다 할 대작 MMORPG가 없는 상황에서, 높은 완성도와 방대한 세계관으로 해외 게이머들의 갈증을 풀었다는 분석이다.
7년 동안 10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돼 2018년 출시한 로스트아크는 국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금 디렉터가 직접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시스템을 보완‧수정하고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깊이를 더했다.
국내 RPG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과도한 비즈니스모델(BM)과 거리를 둔 점도 해외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게이머는 상대적으로 ‘페이 투 윈(Pay to Win‧게임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혜택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인데, 로스트아크는 유료 아이템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게이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은 맛보기 일뿐, 로아 열풍 이제부터 시작이다
로스트아크 열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는 로스트아크를 주제로 한 방송의 최고 동시 시청자 수가 127만명에 달해 트위치 전체 카테고리의 주제별 방송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출시 첫 주(9~13일) 총 11만2000개의 방송이 개설됐고, 누적 시청 시간은 5990만 시간을 넘어섰다.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만큼, 유입 게이머가 꾸준히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현재 로스트아크 글로벌 버전은 스토리 위주의 기초 콘텐츠만 공개된 상태다. ‘발탄’ 군단장 레이드 등 주요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로스트아크 열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프레지니 아마존 게임즈 부사장은 “최초의 외부 퍼블리싱 타이틀인 로스트아크가 거두고 있는 놀라운 초반 흥행에 아마존 게임즈 임직원 모두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전세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프라임 게이밍, 트위치와 같은 아마존이 가진 다양한 채널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 RPG 지원길 대표는 “로스트아크에 대한 전세계 MMORPG 팬 분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동했다. 이처럼 로스트아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MMORPG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낭만을 나누고 있는 국내 모험가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의 수많은 모험가들 또한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로스트아크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글로벌 IP(지식재산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