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가나…명지대 파산 위기, 학생들 나섰다

집단소송 가나…명지대 파산 위기, 학생들 나섰다

기사승인 2022-02-18 15:39:29
11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에 총장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명지대학교 학생들이 재단 파산 위기 관련 집단소송 등 적극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명지대 인문캠퍼스 및 자연캠퍼스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명지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파산위기를 불러온 학교법인 명지학원을 규탄했다. 

중운위는 “현재 상황에서도 그들의 우선순위는 우리가 아니다”라며 “명지학원과 명지대는 더 이상의 기만을 중단하고 경각심을 갖고 학교 살리기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이행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 알 권리 보장 위한 회생 계획 진행사항 공개 △관선이사제 도입 △유병진 명지대 총장 확약서에 따른 책임 이행 등도 함께 촉구했다. 

중운위는 적극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기자회견과 집회뿐만 아니라 집단소송도 고려 중이다. 명지학원 이사진에게 방만한 경영과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운위 관계자는 “집단소송 관련 조력자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생 목소리를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학생들이 17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공동행동에 응하겠다는 이들도 다수다. 중운위는 명지학원 파산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명지대 신입생과 재학생, 휴학생, 졸업생 3311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답자 84.3%가 “향후 진행될 공동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단체 청원과 대자보, 교내 침묵 시위, 릴레이 1인 시위, 단식투쟁, 총장실 점거 등을 통해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명지학원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전체 응답자 중 98%(3246명)가 “명지학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명지학원 운영 부실로 인해 모교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학교 운영에 대한 불안감, 학습권 침해 등의 피해를 받았다는 응답도 나왔다. 

명지학원 및 명지대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이사진의 방만한 경영(93%), 이사진의 문제 해결 의지 부족(90.1%), 비민주적 총장 선출 방식 (69.8%), 학생과 소통 부재 (69.3%) 등이 꼽혔다. 

응답자들은 “명지학원에 경영을 맡기는 것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회생계획안 공개가 필요하다”, “법인은 학생을 인질 삼아 협상 수단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총장 사퇴가 필요하다”, “법인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학교 법인에 대한 불신은 교수 사회 내에서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학교에서는 서류 전달 문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회생계획안이 취소됐다고 한다. 온전히 믿기 어렵다”며 “학교는 늘 ‘대학과 법인은 분리되어 있다’고 설명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교정.   사진=이소연 기자 
명지학원은 지난 2004년 경기 용인에 실버타운을 분양했다. SGI서울보증에서 보증을 섰다. 명지학원은 실버타운 내 골프장 건설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분양 대금을 돌려달라며 명지학원에 대한 소송을 진행, 승소했다. 명지학원을 상대로 파산신청도 냈다. 채권자인 SGI서울보증은 2020년 5월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8부(부장판사 안병욱)는 지난 8일 명지학원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회생계획이 최종적으로 폐지되면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학교법인이 파산하면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명지학원은 명지대를 비롯해 명지전문대, 명지유치원, 명지초등학교, 명지고 등 6개의 학교를 운영 중이다. 소속 재학생은 3만명에 달한다. 

명지학원은 파산 수순이 아닌 회생절차 재개시라고 재차 강조했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회생계획을 설명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지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교수님, 교직원에게 현안에 대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질의응답도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며 “회생계획 진행 과정부터 학교 구성원과 함께 이야기 나누겠다.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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