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양당 대표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대표들이 당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거나 중도 지지층 포섭에 실패하는 모습 등을 보여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대남 전략’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언급했지만 성별 갈등을 촉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일화를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조롱하면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출구조사에서 20대 득표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47.8%),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45.5%)로 2.3%p 차이가 났다.
20대 남성에서는 윤 후보가 58.7%, 이 후보 36.3%로 윤 후보가 22.4%p 앞섰지만, 20대 여성에선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로 이 후보가 24.2%p 앞섰다. 여성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이 대표는 ‘복합쇼핑몰’ 공약을 하면서 호남권의 지지율도 30%대를 공언했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 개표 결과 전북(14.4%), 광주(12.7%), 전남(11.4%)에서 10%대 지지율을 간신히 넘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안 대표를 조롱하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멈추라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지난달 23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대표님 조롱을 멈춰주시길 요청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여론조사가 공표되지 않는 기간에 10% 이상 격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민주당의 결집 양상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론조사 블랙아웃 전에 5~8%가량 차이가 벌어졌다”며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투표하면 많게는 10%까지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내 갈등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2일 이 대표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하차했다. 당시 윤 후보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비위를 방조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해 당내 혼란이 벌어졌다.
이와 함께 개인적인 의혹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정치 민심이 크게 움직이는 설을 앞두고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공개돼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 패배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당내 친문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지난 7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대깨문’이 특정인이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고 한다”며 “그런 생각을 하면 문 대통령을 지키거나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며 “기소돼서 죽을 뻔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인 ‘문꿀 오소리부대’가 지난 3일 윤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선언했다. 윤 후보가 싫어도 이 후보보다 낫다는 지지자들과 윤 후보가 괜찮다고 생각을 바꾼 지지자들이 ‘전략적 지지’를 선택했다. 또 친문 세력으로 구성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서초역에서 윤 후보 지지 유세를 펼쳤다.
각각의 전문가들은 양 당의 당대표 리스크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특히 이 대표의 전략 문제와 송 대표의 포용력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선거 전략을 지적했다. 신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전략적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권 심판론 구도에서 신승했다는 것은 ‘이대남 전략’과 세대포위론‘ 등의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7 재보궐 선거 당시 이게 효과적이었던 것을 기억해 사용한 것 같다”며 “전국 단위 선거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의 포용 리더십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 평론가는 “선거가 끝나면 책임론이 대두된다”며 “(이 후보가) 0선이기 때문에 의회 인연을 당대표가 해결해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의 당락이 결정된 득표율 차이가 0.73%p였다”며 “강성친문을 송 대표가 끌어안고 가는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 대표가 앞서 언급한 친문 관련 발언이 지지자들에게 불편했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