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지금도 로망이다. 꼬리를 흔들고 재롱을 떠는 모습이 어릴 적 키운 ‘뽀삐’를 떠올리게 한다. 예전 모델은 각지고 투박하다. 요즘 모델은 둥글고 생동감 있는 게 진짜 강아지 같다. 물어뜯지 않고, 밥을 먹이지 않아도 된다. 기회가 닿으면 키우고 싶다. 비싼 가격이 유일한 흠이다.
로봇이 친숙해졌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 팔이 생산 공정을 돕는 사례는 많이 봤지만 일상에 이렇게 깊숙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로봇청소기가 한 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청소기가 스스로 집을 쓸고, 닦는다. 외식업계에서도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음식을 나르고 있다. KT가 현대로보틱스 등과 합작해 만든 서빙로봇이 전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애물 회피와 자율주행 기능이 우수해 일손이 몰리는 시간대에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서빙로봇으로도 모자라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봇’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봇’도 등장했다. SK텔레콤 T타워 지하에 있는 로봇카페를 이용해봤다. 장점이 여러 개다. 우선 청결하다. 테이크아웃 전문이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 안 한다. 그리고 싸다. 아메리카노가 같은 층 입점카페보다 싸다. 음료도 14종류고,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기자는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다. 키오스크로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마치면 로봇이 음료를 만든다. 맛은 어떨까. 정해진 방법대로 만들어서인지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무인 카페와 차이점이라면 음료 양을 조절할 수 없다. 매장관리는 로봇이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와서 청소도 해주고 재료가 떨어지면 보충해줘야 한다.
로봇카페를 가끔 이용한다는 한 직원은 “매장이 깨끗하고 무엇보다 맛이 일정해서 좋다”고 칭찬했다.
로봇카페는 비 대면이 일상인 요즘에 적합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용률은 적다. 재택근무가 많아져서다. 장사를 안 할 땐 로봇이 고개를 까닥이거나, 몸을 좌우로 흔드는데 주위 시선을 끌려는 행동처럼 보인다.
한 카페 직원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 직원이 많고 커피나 스낵바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실제 로봇은 덜하다”고 말했다.
로봇 활동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이 부족한 이들에게 ‘아이보’가 인기를 끌었듯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도 있다. KT가 수원시에 제공한 ‘다솜이’는 평소엔 독거 어르신 말동무였다가 위급상황엔 가족과 119에 신고해준다. ‘AI 케어로봇’이 갈수록 심해지는 인구고령화 대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출국 소속을 돕거나 전시 관람을 돕는 ‘가이드봇’도 이미 상용화했다.
국내 로봇산업은 나날이 성장할 전망이다. 재계가 로봇사업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사업화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올 초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에선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 2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선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이라고 선언했다.
행보를 주목할 또 다른 기업은 현대차다. 미국 로봇 전문업체인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발을 들인 현대차는 ‘CES’에서 로보틱스(Robotics)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이 4족 보행로봇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는 조만간 물류로봇 ‘스트레치’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LG전자는 일반 생산로봇과 다르게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협동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로봇사업센터를 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로 이관했다. 로봇사업담당 신사업 기획과 로봇 플랫폼 개발 부문 인력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정부도 힘을 보탠다.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보면 정부는 올해 제조·서비스로봇 연구개발 및 보급에 2440억원을 투자한다. ‘로봇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도 손볼 방침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