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 SK 감독, 초보 아닌 준비된 감독 [KBL]

전희철 SK 감독, 초보 아닌 준비된 감독 [KBL]

전희철 감독, 부임 첫 해에 1위 이끌어 
포워드 출신 전 감독, 안영준·최준용 등 성장 이끌어
수평적인 리더십 돋보여, 선수들도 거리낌 없이 다가와

기사승인 2022-04-01 11:17:26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   한국농구연맹(KBL)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이 부임 첫해에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다.

서울 SK는 지난달 3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고양 오리온과 맞대결에서 92대 77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1위 확정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인 SK는 오리온을 잡아내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을 원주 DB와 공동 1위로 마쳤던 SK는 지난 시즌에는 10팀 중 8위에 그쳤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문경은 감독을 구단 기술 고문직으로 옮기고 수석코치였던 전희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전 감독은 감독이 처음이지만 SK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2008년 SK에서 은퇴한 이후 곧바로 팀의 프런트 업무를 맡았고, 2011년부터는 팀의 코치로 10년 넘게 문 전 감독을 보좌했다. 문 전 감독을 보좌하면서 전술적인 부분을 가장 세심히 신경 쓴 인물이다.

전 감독은 빠르게 팀을 정상 궤도로 올려놨다. 시즌 전 열린 컵대회에서 무패 우승을 이끌더니 정규리그에서는 2위 수원 KT와 격차를 넉넉하게 유지하며 1위를 확정했다.

올 시즌 SK 주축 선수 면면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시즌 유독 부상자가 많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 감독은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지난 시즌 최악의 시즌을 보낸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와 재계약을 맺는 초강수를 뒀다. 전 감독은 워니에게 끊임 없이 독려를 했고, 워니는 올 시즌 평균 22.5점(리그 1위) 12.8리바운드(리그 2위)를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외인으로 거듭났다.

포워드 출신인 전 감독은 팀의 핵심 포워드들인 안영준과 최준용의 성장을 이끌었다. 안영준은 평균 14.7점을 올리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포워드로 성장했고,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날린 최준용은 평균 16.3점 5.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리그 MVP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최준용은 올 시즌 2차례의 라운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희철 감독이 인터뷰 도중 물 세리머니를 펼치는 서울 SK 선수단.   한국농구연맹(KBL) 

수평적인 리더십을 선보인 전 감독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던 문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경기나 훈련 때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전 감독은 코치 시절 때도 선수들과 같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눈을 맞춰왔다. 경기에서 이긴 날 승장 인터뷰 도중 선수들이 전 감독에게 짓궂게 물을 뿌리는 세리머니는 프로농구의 즐거운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에도 능했다. 작전타임 때 대체로 차분하게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인 전 감독이 때로는 크게 호통을 쳐 군기를 잡는 장면은 올 시즌 프로농구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전 감독의 호통에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며 역전승을 몇 차례 일구기도 했다.

SK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첫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SK는 앞서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1999-2000시즌, 2017-2018시즌)에선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전에 올랐다.

전 감독은 오리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초보 감독으로서 부족한 점이 코트에서 보이지 않게끔 잘 뛰어 준 선수들에게 너무도 고맙다”라며 “정규리그 1위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 목표를 이루겠다. 통합 우승을 위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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