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의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은 팬과 관계자 사이에서 ‘역천괴(역대급 천재 괴물)’로 불린다. 02년생으로 한국 나이 21살에 불과한 그는 2018년 데뷔 후 올해까지 4차례나 ‘퍼스트팀’에 선정됐고, 올 시즌은 서포터 포지션으로는 최초로 정규시즌 MVP에 오르는 등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천재’라는 단어로만 수식할 수 없는 선수다. 2013년 17세의 나이로 데뷔하자마자 리그 우승과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자신을 알렸다. 이후 롤드컵 2회 우승-‘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우승 등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자신의 경쟁자들이 모두 은퇴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 중이다.
2019년까지 칼을 맞댔던 두 선수는 2021년 류민석이 T1으로 이적하면서 비로소 한솥밥을 먹었다. 스프링 시즌엔 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이상혁이 출전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면서 좀처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지만, 서머 시즌을 기점으로 나란히 출전하면서 시너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올 시즌 들어 둘의 호흡은 절정에 달했다. 생각지도 못한 변칙적인 플레이를 앞 다퉈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펼친 속도감 있으면서도 유기적인 플레이는 T1의 색깔이 됐다. 류민석이 한 몸 처럼 움직여주면서, 그간 홀로 변수 창출 플레이를 도맡아 했던 이상혁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상혁은 시즌 도중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석이가 대부분은 오더를 하는 편이다. 호흡이 좋은 것 같다. 같은 각을 보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민석 역시 “상혁이 형과 올 시즌 호흡이 잘 맞고 있다”며 이에 동의했다.
둘의 호흡에 다른 선수들의 기량까지 더해지면서, T1은 전인미답의 새 역사를 써냈다. 정규리그를 전승으로 끝냈고, 2일 열린 플레이오프 결승에서도 승리하며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도달하기 힘든 기록이다.
이날 우승으로 개인 통산 리그 10회 우승을 달성한 이상혁은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이어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승전 종료 후 미디어 인터뷰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노력의 결실”이라며 “내게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는 노력 자체를 열심히 해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류민석은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이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커리어를 쌓는 시점이라고 생각해 몇 년 간 더 쌓아야 한다”며 본격적인 우승 트로피 사냥 의지를 드러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