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에서 ‘한체원’으로… ‘구마유시’의 성장기 [LCK]

악동에서 ‘한체원’으로… ‘구마유시’의 성장기 [LCK]

기사승인 2022-04-04 18:01:51
2일 열린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구마유시' 이민형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T1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21)은 데뷔 전부터 뛰어난 기량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유망주였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완성형 선수’, ‘당장 1군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선수’라는 평가가 파다했다. 향후 T1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데뷔는 녹록치 않았다. 동료 유망주들이 1군 무대를 밟는 동안 이민형은 팀 선배인 ‘테디’ 박진성(현 광동 프릭스)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박진성과의 경쟁을 각오하고 2020년 2년 재계약을 체결해 놀라움을 자아냈지만,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선발전에서 깜짝 데뷔전을 치렀을 뿐 주전 자리를 꿰차는 데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경기 외적인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솔로랭크에서 일반 유저, 업계 선배들과 수차례 마찰을 빚으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말썽쟁이 내지는 악동.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그를 지배했던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민형은 서머 시즌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박진성과 선의의 경쟁 속에서 출전 기회를 늘려간 그는 ‘구마유시’가 아니라 T1의 일원으로서 대회에 임하는 법을 배웠다. 

서머 시즌 2라운드부터 주전으로 출전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이민형은, 정작 플레이오프에선 박진성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지만 군소리 없이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민형은 당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옛부터 지금까지 주전 경쟁을 했을 때는 정당한 기회도 안 주어지고, 경기도 아예 못 나가고 해서 당시엔 마음의 병 같은 게 있었다”며 “팀원들이랑 같이 게임도 해보고 플레이오프까지 팀을 이끌다 보니까 우리 팀이 그냥 우승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만 보다는 잘해준 진성이 형에게 고마웠다”고 털어놨다. 

이후 이민형은 롤드컵에서 줄곧 선발로 출전해 팀을 4강으로 이끌더니, 결국 올해 스프링 시즌부터 주전 원거리 딜러로 경기에 나섰다. 캐리력과 안정성, 특유의 언변을 앞세워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T1의 정규리그 전승에 기여한 이민형은, 플레이오프에선 폭발적인 기량을 뽐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일 젠지 e스포츠와의 결승전을 포함해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압도적인 지표를 기록하며 팀의 10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결승전엔 4개 세트를 통틀어 팀 내에서 유일하게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다. 관계자들은 파이널 MVP를 받았어도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었다고 평가한다.

지난 2년과 비교해 지금의 이민형은 얼마나 더 성장한 것 같으냐는 쿠키뉴스의 질문에 그는 “급한 마음도 있었고, 모든 경기를 다 뛴 것이 아니라 책임감이 덜은 만큼 간절함도 덜했다”면서 “올해는 내 손으로 이뤄낸 우승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더 성장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악동에서 한국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올라선 이민형. 그러나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다. 

이민형은 “우승한 건 기쁘지만 아직 스프링이라서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대회가 남았기 때문에 그것들도 우승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민형과 T1은 오는 5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한다. 그의 쇼케이스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