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과도기, 거리두기 조절 묘안은

‘엔데믹’ 과도기, 거리두기 조절 묘안은

확진자 감소세… 감염재생산지수도 1 밑으로
소상공인들 “무의미한 거리두기 방역 즉각 철폐해야”
방역당국 “아직까지는 조금 더 가야할 길 남아있다”

기사승인 2022-04-06 07:00:01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4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한 식당에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이날부터 사적모임은 최대 10명까지 가능해지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은 밤 12시까지 늘어났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이 풍토병화하는 ‘엔데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방역을 위해 영업시간, 사적모임 인원, 행사 규모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가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만큼, 사회적 수용성을 갖춘 거리두기 조정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엔데믹은 일정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다. 즉,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닌, 계절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자리잡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개 말라리아, A형간염, 장티푸스 등과 같이 일상적인 의료체계 내에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 발생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지 않는다면 엔데믹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7일 62만1205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26만6135명으로, 정점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까지 줄어들었다. 지난주 측정된 감염재생산지수 역시 0.91로 떨어졌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추가로 발생시키는 감염자 수를 의미하는데,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 셋째주 이후 11주만이다.

위중증 환자 규모도 예상보다 적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확진자 발생 시점으로부터 2~3주 후 증가해 의료대응체계에 시간차를 두고 충격파를 미친다. 방역당국은 당초 확산세의 정점 이후 3월 말 위중증 환자가 최대 2000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며 긴장 태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현재 위중증 환자는 이날 기준 1121명 발생해 예측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조정했다. 사적모임 최대 8명,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했던 기존의 지침을 ‘10명·자정’으로 소폭 완화했다. 아울러 현행 7일인 확진자 재택치료 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일상을 회복한다는 계획에 부합하는 방역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문제점도 고려한 조처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방역 완화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개편안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단순히 영업시간 한 시간 연장으로 영업제한이 지속되어 소상공인들의 기대에는 못 미쳐 아쉽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거리두기 방역 방침은 무의미한 방역 방침으로,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고 논평을 통해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과감한 방역 완화 정책도 예고됐다. 앞서 지난 대선 캠페인 기간 윤 당선인은 24시간 영업 허용, 방역패스 완전철폐, 코로나19 손해 실질적 보상 등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인수위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을 추가경정예산의 기본 원칙으로 상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급격한 방역 완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아직 누적 위중증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2.6%, 비수도권은 70%로 집계됐다. 성급한 방역 완화 메시지가 사회적 경각심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대만, 태국, 영국에서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1과 BA.2의 재조합 변이인 XE가 발견됐다. 아직 국내에는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엔데믹을 운운하기 조심스럽다’는 것이 정부의 현재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엔데믹이라는 것은 코로나19가 퇴치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라며 “엔데믹이 되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소강상태로 진입해야 하고, 방역·의료체계가 종합적인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조금 더 가야 될 길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일부 국가에서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단축한 사례가 있다”며 “사회기능 마비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이고, 찬반양론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하향조정하는 조치,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일반의료체계 내에서 수용하고 관리하는 방안 등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 “XE는 BA.2보다는 다소 전파력이 높을 수 있지만, 발생 건수는 적다”며 “추가 모니터링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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