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간접수출’ 논란, 업계 승기 잡나

보툴리눔 ‘간접수출’ 논란, 업계 승기 잡나

기사승인 2022-04-12 07:00:11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쿠키뉴스 자료사진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의 ‘국내 판매’ 판단 기준을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제약바이오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톡신 업체에 유리한 판결이 속속 나오면서 업계의 입장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골자는 국내 도매상에 수출용 제품을 넘긴 것을 ‘국내 판매’로 간주할지 여부다. 보툴리눔 톡신을 비롯해 혈액제제, 백신 등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은 제조사가 판매 전 식약처로부터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조·관리 내역에 대한 서류를 검토하고, 의약품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판매가 가능해진다.  

국내 판매용이 아닌, 수출용 제품은 다르다. 국가출하승인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수입 국가 측에서 별도로 요청하면 진행할 수 있다. 즉, 동일한 제품도 국내 유통·사용 목적이라면 국가출하승인이 필수지만, 수출 목적이라면 생략할 수 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수출용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한다면 명백한 위법이다. 
 
그동안 톡신 업체들은 도매상을 통한 ‘간접수출’을 진행해 왔다. 국내에 위치한 무역 전문 업체에 수출 업무를 위탁하고,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은 수출용 톡신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2020년도부터 이런 관행을 수출용 제품의 국내 판매로 간주하고,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휴젤의 ‘보툴렉스’,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 등 국내 유명 톡신 업체들의 대표 제품 대부분이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판매 중지 명령 행정처분을 받는 고초를 겪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중소·중견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채택해 왔던 전략을 식약처가 갑작스럽게 불법으로 몰아간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앞서 손지훈 휴젤 대표는 지난 2월 간담회를 통해 “간접 수출을 국내 매출로 본다면 신생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존립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아직 해외 진출 경로를 모색하지 못한 기업들 대부분이 약사법을 위반하며 운영되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8일 대법원은 서울식약청이 서울고등법원의 보툴렉스 품목허가취소처분 등 취소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보다 앞선 5일 대법원은 보툴렉스에 대한 잠정 제조중지 및 판매중지명령에 대해서도 기각을 결정했다. 행정처분 전과 같이 보툴렉스 제조·유통을 지속할 수 있도록 휴젤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휴젤을 비롯해 메디톡스, 파마리서치바이오 등의 업체들은 모두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행정처분의 효력을 중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메디톡신, 보툴렉스, 리엔톡스 등의 제품은 모두 정상적으로 제조·판매·사용되고 있다.

업계는 간접수출 방식을 취하는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약처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식약처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 무역회사를 통해 수출하는 방식의 간접 수출 역시 통상적인 수출에 해당하므로, 이같은 품목의 국가출하승인은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11일 휴젤 관계자는 “식약처 처분의 대상이 된 제품은 수출용으로 생산 판매된 수출용 의약품이었으며, 국가출하승인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출에는 국가출하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과 대외무역법을 성실히 준수했을 뿐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우회할 사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할 본안 소송을 통해 기업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승소 의지를 밝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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