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12월 말 보험회사의 RBC 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246.2%로 전분기 말(254.5%) 대비 8.3%p 하락했다.
생보사 RBC 비율은 254.4%로 전분기 말 보다 7.4%p 줄었다. 손보사 RBC 비율은 231.4%로 전분기 말 대비 9.8%p 감소했다.
지난해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자본확충을 했음에도 보험업계의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가용자본은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 요구자본은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의 손실금액을 말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보험사들은 분모인 가용자본을 올리고, 분자인 요구자본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가용자본이 줄었다. 보험사의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과 현금배당 예정액이 감소한 탓이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2.237%에서 12월 말 2.255%로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가용자본은 161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조 3000억원 줄었다.
요구자본은 64조9000억원에서 6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운용자산이 1062조3000억원에서 1075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신용위험액도 8000억원 늘었다.
보험사들은 가용자본을 늘리기 위해 자본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보험사 ‘빅3’인 한화생명은 RBC비율이 200%를 밑돌면서 자본확충에 대한 압력이 커졌다.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184.6%로 전분기(193.5%)대비 8.9%p 떨어졌다.
이에 한화생명은 최근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7억5000만 달러(약 9200억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모두 자본확충의 일환이다.
후순위채권은 회사가 파산 등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다른 부채를 모두 갚고 난 이후 돈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금리와 조달 비용이 낮아 자본확충에 유리하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옥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9층짜리 건물로 300억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여수 사옥 매각에 이어 다시 부동산 자산도 줄이는 모습이다.
NH농협생명은 생보업계 평균인 262.51%에 비해 낮았다. NH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10.53%로 전분기 말(222.7%)보다 12.2%p 떨어졌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일반계정에서 운용 중인 51조 8000억원 규모의 자산 중 50조원 이상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만기보유증권은 원가로 평가돼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 자산포트폴리오 상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NH농협생명은 10년 만기 무보증 후순위 채권 6000억규모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4.35%로 NH농협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인 AA 등급 회사채의 등급민평금리보다(약 3.65%) 대비해 0.7%p이상 높은 금리다.
손보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건전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 손보사 중에선 삼성화재가 9.3%p 내려간 305.4%를 기록했고, 현대해상(203.4%)과 DB 손해보험(203.1%)도 각각 5.6%p, 9.9%p 떨어졌다.
지난 2020년 말 221.5%였던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에는 176.9%까지 급락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2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10년 만기로 발행금리는 4.90%다. 발행일로부터 5년 뒤에는 조기 상환할 수 있다는 콜옵션이 따라붙었다. 한화손보가 후순위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018년 이후 4년여 만이다.
건전성 문제로 부실 금융기관에 지정된 MG손보는 RBC비율이 128.4%에서 88.3%로 하락하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보험업법에서 정한 최저치인 100%를 하회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말 보험회사 RBC비율은 246.2%로 여전히 보험금지급 의무 이행을 위한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돈다”면서도 “금리 등 시장지표 모니터링을 통해 RBC비율 취약이 우려되는 경우, 선제적 자본확충 유도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원래 금리가 인상되면 보험사의 건전성이 좋아지는 게 맞다. 내년에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금리가 오른 것에 대한 자본 건전성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컨대 오래된 보험사들이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건전성이 좋지 않은데, 금리가 올라가면 금리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