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주가 유력한 외교부 장관 공관 뒤 매봉산 길에 보안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은 극비라고 했지만, 군인 순찰이 증가하고 산책하는 일부 시민을 조사하는 등의 보안 강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임식을 4일 앞둔 6일 매봉산 산책길과 산길을 탐방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지압 길을 맨발로 밟고 가는 등 다양한 시민이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산책로 초입에는 특별한 특징이 없었지만 걷기 시작한 지 3분도 넘지 않아 장벽이 쳐졌다. ‘한남 더 힐’ 방향은 내려다볼 수 있었지만 ‘국회의장 공관’이 있는 반대편은 완전히 볼 수 없도록 막아놓은 상태다.
이후 지압 길을 지나서 도착한 두 번째 팔각정과 운동기구 옆에는 철조망 다수가 갖춰져 있었다. 철조망에는 방수포 등을 이용해 허리와 다리를 제외하고는 상반신은 보이지 않도록 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불편함과 위압감 등을 언급했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던 주민 A씨는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들어오면 보안이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추가적인 철조망 등이 설치되면 보기 안 좋다”며 “보안이 강화될 경우 주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좀 감시당하는 기분도 든다. 낮에 산책할 때 군인들이 순찰하는 것이 늘었다”며 “약간 나이 있으신 분이 와서 조사할 때도 있었고 평화롭던 산책이 위압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 B씨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들어오게 되면 많은 것이 변하지 않겠느냐”고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선인 관계자는 지난 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보안이 강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질문에 “극비 사항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보안적 측면이 있다.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주민들을 조사하거나 군인들의 순찰 빈도가 증가하는 등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
기동민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날 통화에서 “경호 분야에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호를 할 것이기 때문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니다”라며 “지금과 별다른 게 없다. 인적인 통제 부분을 느슨하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치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경호의 기본은 인적 경호이고 아무리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도 VIP에 대한 근접·원거리 경호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책길 전면을 통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통과 보행 부분에서 통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일이 신원검사를 하지 않고 통행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범‧안소현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