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간 특수를 누렸던 배달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문화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배달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또 플랫폼 간 출혈 경쟁이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 창출을 위해 내놓은 단건 배달 서비스는 소비자와 점주 모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생필품 배달까지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 준비 중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지난 3월에서 4월로 접어들면서 큰 폭 감소했다. 현재 배달 플랫폼 시장의 97%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사 이용자수는 지난 3월 177만7418명에서 지난 4월 128만9215명으로 38%가량 감소했다. 특히 올해 4월 이용자수는 지난해 4월과 비교했을 때 122만4778명 줄었다.
업계서는 엔데믹 여파로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자 수가 줄어들면서 배달 업계가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배달업계는 벌써부터 단건 배달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 한 명이 주문 한 건 만 처리하는 방식이다. 여러 건을 배달하는 일반배달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속도가 빠르다.
지난 2019년 5월 쿠팡이츠가 먼저 단건 배달 상품인 ‘1인1배달’을 실시했다. 이어 배민도 지난해 6월 ‘배민1’을 출시했다. 올해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 요금은 각각 수수료 9.8%·배달비 5400원(일반형 기준), 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이다.
현재 배달 시장을 둘러싼 소비자, 점주 등 이해관계자들 불만은 연일 커지고 있다. 특히 점주들은 배달플랫폼 업체들에게 수수료와 배달비를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플랫폼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배달플랫폼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단건 배달 서비스를 둘러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실질적 이익은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영업이익은 2019년 적자(364억원 손실)로 전환된 이후 줄곧 영업 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단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지난해 적자는 757억원에 달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단건배달의 경우 라이더들은 배민, 쿠팡이츠 등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데 이 경우 해당 플랫폼의 수수료, 배달비 체계를 따른다”며 “반면 묶음배달의 경우 식당과 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사을 통해 배달이 이뤄진다. 배대사마다 배달료는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일부 점주들은 라이더들이 모두 다 특정 플랫폼 소속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물가와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라이더 인건비, 배달료까지 인상되니까 이들 입장에서는 라이더와 배달플랫폼을 비난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도 우려 요소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배달 종사자 보호방안 관련 간담회'에서 △안전배달제 도입 △배차 알고리즘 공개 등을 논의했다. 안전배달제란 정부가 라이더 처우개선을 위해 1건당 일정 배달비를 정해 보장하는 것이다. 업계는 배달비 인상 요인이 될 수 있고 배차 알고리즘 공개도 영업기밀 침해라고 주장한다.
올해 배달플랫폼 업체는 음식 배달을 뛰어넘어 생필품 등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배민은 음식 배달 외에도 생필품을 즉시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비롯해 지역 특산물 판매 서비스, 푸드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는 반려동물 카테고리와 헬스·뷰티를 추가해 관련 상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끝나면 배달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게 될 것이고, 그러면 배달플랫폼 간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 점주, 플랫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각 플랫폼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