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의 리더십’ 전희철, 초보 아닌 준비된 명장 [KBL 챔프전]

‘수평의 리더십’ 전희철, 초보 아닌 준비된 명장 [KBL 챔프전]

기사승인 2022-05-10 22:17:34
우승 직후 환호하는 전희철 SK 감독.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를 뿌리치고 전희철 SK 감독이 부임 첫 시즌만에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서울 SK는 10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안양 KGC와 5차전에서 86대 62로 승리하며 창단 후 3번째 우승이자 구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전희철 감독은 감독 부임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했다. 전 감독은 김진 감독(2001~2022 동양)에 이어 부임 첫 시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2번째 감독이 됐다. 더불어 또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역대 2번째 인물이 됐다. 역대 첫 번째는 김승기 KGC 감독이다. 

2003년부터 5시즌 동안 SK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전 감독은 선수 은퇴 후 2군 감독, 전력 분석원 등을 거쳐 이후 2011년부터 수석 코치로 10년 넘게 활약했다. 올 시즌부터는 문경은 전 감독에 이어 SK의 제8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SK에서만 20년 가까이 있던 전 감독은 누구보다 구단을 제일 잘 아는 인물이었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친 팀을 빠르게 수습했다.

전 감독은 비시즌부터 선수단을 착실히 관리했다. 선수단의 체력을 가장 중요시했다. 비시즌 때부터 시즌 내내 선수들의 인바디 상태를 꾸준히 체크했다. 데이터 활용도 능통했다. 전 감독은 현역 감독 중 이례적으로 구단 프런트로 전력 분석원, 운영 팀장을 경험해봤다. 워드와 엑셀을 다를 줄 안다. 경기 기록지를 일일이 확인하며 얻어낸 데이터를 훈련과 경기 때 적절히 활용했다.

기자회견실에 난입해 전희철 감독에게 샴페인을 뿌리는 SK 선수단. 사진=김찬홍 기자

전 감독은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꾸려나갔다.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던 문 전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경기나 훈련 때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전 감독은 코치 시절 때부터 선수들과 같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눈을 맞춰왔다.

정규리그 때는 승장 인터뷰 도중 선수들이 전 감독에게 짓궂게 물을 뿌리는 세리머니는 SK의 전통으로 잡았다. 이날도 우승 직후 기자회견 때 선수들이 기자회견실에 난입해 샴페인을 뿌리기도 했다.

선수들도 전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지난 시즌 최악의 외인으로 꼽힌 자밀 워니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외국 선수 MVP를 수상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시즌을 부상으로 날린 최준용은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고, 안영준도 리그 정상급 공격형 포워드로 성장했다. 이들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전 감독에게 우승을 안겼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전 감독은 다른 감독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경은 감독 시절 때부터 사용해오던 드롭존 수비를 더욱 강화해 다양한 수비법으로 상대팀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수비 후 빠른 속공은 올 시즌 SK의 확실한 팀 컬러로 자리매김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전 감독의 전술은 빛을 발했다. 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상대가 KGC로 확정되자 올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을 계속해 돌려봤다. 정규리그 때 KGC에 유독 강했던 LG의 경기도 영상도 모두 체크했다. 전 감독은 LG의 경기를 참고해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또한 자밀 워니에게 오세근 마크를 지시하고, 최준용을 외국인 선수를 막았다. 이는 시리즈를 관통한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승기 KGC 감독은 “코치 생활을 오래한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경험 많은 코치는 뭔가를 해내더라. 전 감독도 마찬가지다. 기분이 나빠도 잘 참고 전혀 흔들림 없었다. 코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잘 접목시켜 팀을 잘 만들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고 극찬했다.

전 감독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감독이다 보니 농구에 꽂혀 있다. 노력을 하지 않고 지면 제 자신에게 화가 난다”라며 “나는 아직 초보가 맞다. 현재 내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점수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97~98점의 노력은 한 것 같다. 저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시즌을 되돌아봤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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