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잇’ 류호성 “보여줄 것, 반이나 남았어요” [쿠키인터뷰]

‘호잇’ 류호성 “보여줄 것, 반이나 남았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5-26 17:59:04
광동 프릭스 '호잇' 류호성.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해 11월 ‘호잇’ 류호성은 T1을 떠나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로 둥지를 옮겼다. 다시 한 번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무대를 밟고 싶다는 것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유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후보가 아닌 주전으로 LCK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류호성은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어느정도 예열이 끝난 뒤에는 과감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과시하며 광동의 상승세에 큰 일조를 했다.

반년 만에 다시 만난 류호성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지난 20일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류호성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랜만이네요. 시즌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나요?

휴가를 받자마자 집으로 갔어요. 부모님도 뵙고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들이랑 풋살도 하면서 편히 쉬었어요. 그리고 최근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면서 걱정해주신 팬분들도 많으신데, 다행히 저는 집에만 있어서 안전하게 보냈습니다.

류호성 선수는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시즌이 끝난 후에도 다른 구단 선수들의 개인방송에 깜짝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모든 선수들과 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 동료들과는 자주 어울리는 편이에요. 담원 기아의 ‘캐니언’ (김)건부 랑은 여러 가지 게임을 함께 했어요. ‘케리아’ 민석이와 같이 ‘서든어택’을 하기도 했어요.

플레이오프 1라운드 DRX 상대로 승리를 거둔 광동 프릭스 선수단.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광동 소속으로 첫 번째 시즌을 보냈어요. 소회가 궁금해요.

사실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해요. 시즌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많은데, 특히 저 때문에 진 경기도 많은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실력을 100%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광동의 새로운 동료들은 어땠나요?

함께 지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수들의 이미지에 변화가 생겼어요. 다른 구단에 있을 때 ‘기인’ 김기인 선수를 보고 굉장히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함께 지내보니 기인이는 굉장히 친근한 친구더라고요. ‘페이트’ (유)수혁이는 이전에 아예 모르는 사이였는데, 정말 장점이 엄청나게 많은 선수에요. 게임을 함께 해본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한 것 같아요.

그리고 ‘테디’ (박)진성이 형과 ‘엘림’ (최)엘림이는 T1에서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 같이 경기를 뛰다보니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진성이 형은 스크림보다 대회에서 더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는 강심장이에요. 엘림이는 저랑 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아직은 대회에서 조금 긴장하는 면이 있는데, 이것만 조금 해결하면 더욱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 스프링 이전 마지막으로 뛴 LCK 무대가 2020년 3월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였어요. 오랜만에 LCK에 복귀한 기분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아서 그런지 스프링 첫 주차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해서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다행히도 경기를 치를수록 긴장이 풀려서 폼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솔직히 스크림 때는 경기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대회에서 유독 실수가 많이 나오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경기에 집중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연습과 여러 가지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멘탈 관리도 열심히 했어요.

팀원 간의 의사소통도 다듬었어요. 처음 팀에 합류하고 스크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다들 요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라인 별로 필요한 것이기에 강조했겠지만, 그중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콜도 있었어요. 대회에서도 콜과 오더가 너무 많다보니 한 몸처럼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생겼어요, 나중에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면 콜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왔고, 이렇게 하다 보니 전반적인 플레이도 좋아졌던 것 같아요.

류호성 선수의 폼이 오르면서 광동도 힘을 내기 시작했어요. ‘호잇’이라는 이름도 전보다 많이 알려지게 됐고요. 기분은 어떠셨나요?

기쁘긴 했지만, 아직 더 보완할 점도 많아요. 예를 들자면 시즌 초반에는 시야를 잡다가 적에게 물리는 실수가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라인전 단계에서 딜 교환 실수나 싸움을 여는 타이밍을 제대로 재지 못하는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시즌 후반에는 어느 정도 이런 부분들이 보완된 것 같기도 하고요. 응원해주시는 팬들께는 항상 감사하죠. 아, 그리고 DRX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 대결에서 게임을 잘할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호잇' 류호성.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이번에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힘들었어요. 풀세트 접전 끝에 DRX를 꺾고 승리했는데, 매 경기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서 매우 팽팽했거든요.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웠는데,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하면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특히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사무국 분들도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베릴’ (조)건희 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서 더욱 뿌듯했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조건희, 류민석 등 한솥밥을 먹었던 전 동료들을 상대하게 됐어요. 기분은 어땠나요?

건희 형과 민석이 모두 함께 했던 동료들인데, 잘 알고 있다는 부분에 장단점이 모두 포함돼있어요. 제가 두 사람의 플레이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반대로 두 사람 역시 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특히 DRX와 처음 만나게 됐을 때는 더욱 긴장을 많이 했어요. 챌린저스 리그에 있을 때는 건희 형과 봇 듀오를 한 적이 있고, 함께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번 시즌 류호성 선수가 생각하는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 2라운드 농심 레드포스와의 1경기에서 ‘라칸’을 선택했는데, 정말로 뭘해도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게임이 잘 풀렸어요. 정말 올 시즌 최고의 인생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했는데, 아쉽게도 기인이가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에서 선정됐어요(웃음). 그리고 2라운드 단독 POG에 선정됐던 KT 롤스터전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어요.

맞아요. 당시 ‘노틸러스’와 라칸으로 맹활약을 펼쳤는데요. 이전부터 라칸은 워낙 숙련도가 높았는데, 노틸러스를 새롭게 꺼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게임을 하면서 확실하게 이니시에이팅을 할 수 있는 챔피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변수를 만들 수 있는 플레이메이킹에도 강점이 있어야 했고요. 어떤 챔피언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카인’ 장누리 감독님께서 “노틸러스를 한 번 연습해보자”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솔로랭크와 스크림에서 꾸준히 연습을 했는데, 저랑 잘 맞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몇 번 써보니 성적도 잘 나와서 꾸준히 기용하게 됐습니다.

광동 프릭스 '호잇' 류호성.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시즌 만족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팀 차원에서 본다면 그래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은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다만 시즌 초반 빠르게 폼을 끌어올렸다면, 지금보다 순위가 더 높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니시에이팅 부분이 전보다 개선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시야를 잡다가 무리해서 짤린 부분은 고쳐야 할 것 같네요.

이제 서머 스프링 개막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았어요. 시즌 판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계신가요?

스프링 시즌에는 각 구단마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제 서머 때는 그런 부분을 다들 보완할테니 더 경쟁이 치열해지겠죠. 개인적으로는 스프링 스플릿 전승우승을 차지한 T1과 ‘너구리’ 장하권이 합류한 담원 기아의 경쟁이 치열할 것 같네요.

올해 최종목표는 무엇이고, 팬들이 호잇을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하나요?

무조건 롤드컵에 진출해서 경기를 뛰고 싶어요. 그리고 팬들이 저를 다재다능한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물론 힘들 수 있겠죠? 그래도 이니시에이팅은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강점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부진할 때도 항상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서머 시즌 때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봄 제가 가진 것에 반 밖에 못 보여드린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아직 보여드릴게 반이나 남았다는 얘기니까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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