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내조 행보’를 보이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전 ‘7시간 통화 녹취록’ 등으로 논란에 휩싸여 유세에 나서지 않는 등 비공개로 활동했기에 최근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했다. 김 여사는 이씨의 자택에서 이씨를 만나 약 1시간 30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자택을 떠날 때 김 여사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김 여사는 이명박 전(前)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차례로 만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예방도 물밑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직 대통령 부인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조언을 듣겠단 것은 (김 여사가) 원래 생각했던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비공개로 조용히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도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미리 알려지게 됐다”며 공개 행보에는 선을 그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해당 모임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부인이 “대선 때 많은 의원이 고생했는데 먼저 중진 의원들 부인들을 초청해 인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중진의원 부인들이 봉사 모임을 만들면 자신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앞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거란 정치권의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허위 이력 논란’ 등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윤 대통령 취임 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침묵 태도를 유지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윤 대통령 옆이 아닌 살짝 뒤에서 걸으며 ‘조용한 내조’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 여사는 최근 대중 앞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팬클럽에 대통령실 사진을 제공하는 등 ‘발전된 내조’ 행보를 보였다. 여권에서는 김 여사의 이 같은 행보를 보좌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제2부속실 부활’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더불어민주당의 질 나쁜 선동이 개탄스럽다”며 “민주당의 몽니와 별개로 대통령실에서도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 바 있다.전문가는 김 여사의 활동이 전직 영부인들과 비교했을 때 적은 편이라며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행보에 잡음이 이는 것은 ‘프레임’이라며 이에 효율적으로 맞서려면 메시지 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 여사가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 대로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말이 나올 것”이라며 “프레임에 잘 대처하려면 메시지 관리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 정권에서도 영부인 활동이 많지 않았나”며 “오히려 김 여사의 활동은 전직 영부인들보다 적은 편”이라고 김 여사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울러 “만일 제2부속실이 설치되고 메시지 관리 전문가들이 들어오면 어떤 행동을 하든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