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만 가득… 피로도 높아지는 요즘 방송가

자극만 가득… 피로도 높아지는 요즘 방송가

기사승인 2022-06-23 13:22:51
이혼 예능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치달으며 우려를 사고 있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방송화면 캡처

방송가가 자극적인 콘텐츠로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 콘텐츠가 수위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이혼 예능들은 부부 갈등을 여과 없이 담고, 최근 방송을 시작한 iHQ 연애 예능 ‘에덴’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스킨십을 자극적으로 비춰 문제가 됐다. 불륜 치정 복수극 tvN ‘이브’는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내세워 베드신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혼·연애 예능에 드라마까지 자극 일색

현재 방영 중인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MBN ‘고딩엄빠’ 등은 부부 싸움을 빈번히 담아낸다. 제작진은 그저 출연자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편집 과정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덜어내지도 않는다.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어서다. 제작진의 방관 하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난과 폭언, 폭력은 고스란히 콘텐츠로 포장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자극적인 내용을 동력 삼아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2’는 6%대 시청률로 유료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며, ‘결혼지옥’도 전국 기준 5~7%대를 넘나들며 순항 중이다(닐슨코리아 집계). 

iHQ 연애 예능 ‘에덴’이 지나친 선정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iHQ 연애 예능 ‘에덴’은 지난 14일 첫 방송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에덴 하우스를 배경으로 일반인 남녀 8명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연애 리얼리티다. 15세 이상 시청 등급임에도 출연자들의 과한 노출과 스킨십, 남녀 혼숙 등 선정적인 내용을 담았다. 제작진은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수위를 고민했으나 출연자들의 스킨십은 제작진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심의 규정에 따라 진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 고지도 없던 혼숙 규정을 일방적으로 현장에서 통보하거나, 출연자 신체를 훑는 노골적인 카메라 워킹 등 제작진의 의도 하에 자극적인 화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tvN 드라마 ‘이브’는 ‘파격’, ‘19금’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생을 걸고 13년 동안 준비한 복수에 나서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가 선택한 복수는 불륜에 의한 가정 파괴다. 설정에 맞게 드라마 내내 외설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방송 전부터 19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홍보한 1, 2회는 과도한 수위의 베드신으로 채워졌다. 성적인 은유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대사나 자해로 상대의 관심을 갈구하는 내용도 나왔다. 채널 접근성이 좋은 TV 드라마가 이 정도의 수위를 담아도 괜찮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브’는 자극적인 내용을 부각한 1, 2회가 시청률 3.6, 3.7%를 기록한 이후 3회부터 3%로 급감했다. 최근 방송은 다시금 3%대 중반을 회복한 상태다.

tvN ‘이브’는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내세워 외설적인 장면을 다수 방송해 논란이 됐다. 방송화면 캡처

콘텐츠 질 하락 우려… 사회 전반 논의 이뤄져야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유해할 정도로 자극성만 추구하면 콘텐츠 전반의 질이 낮아진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신선한 소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게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OTT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하는 만큼 과거와 같은 방식만으로는 흥미를 유발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는 단발적인 관심을 끌기엔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화제성만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지나친 자극을 쫓으며 불편을 호소하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최근 ‘에덴’과 ‘이브’의 선정성을 지적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방심위 측은 “관련 민원이 들어와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전체 맥락 등을 보고 그에 맞는 처분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현 세태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리얼리티 쇼 콘텐츠가 OTT를 통해 국내에도 차츰 도입되는 시기”라고 짚으며 “흐름은 거스를 순 없으나 자극으로 치닫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TV 콘텐츠와 달리 OTT는 심의 제한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제재 방안이나 적절한 방향성에 대해 사회 전반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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