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세상 ‘찰칵’, 스크린샷 아티스트를 만나다

게임 속 세상 ‘찰칵’, 스크린샷 아티스트를 만나다

게임 세상 담는 스크린샷 아티스트
EA 다이스 전속 작가 페트리 레발라티 인터뷰

기사승인 2022-07-09 09:00:02
고스트 오브 쓰시마 속 스크린샷.   페트리 레발라티

게이머라면 한 번쯤 ‘스크린샷’을 촬영해 본 경험이 있을 터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단순한 조작을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 자신의 캐릭터나 게임 속 눈부신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곤 한다.

스크린샷을 업으로 삼는 작가도 있다. ‘스크린샷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들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 빛의 위치나 캐릭터의 포즈 등을 조절해 많게는 수백 차례의 작업을 반복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해당 게임의 개발사로 넘겨져, 게임의 홍보 자료나 게임 박스 아트 일부로써 게이머를 만난다.

페트리 레발라티(41‧핀란드)는 스웨덴 스톡홀롬에 위치한 ‘EA 다이스’의 전속 스크린샷 아티스트다. 유명한 ‘배틀필드’ 시리즈와 ‘레드 데드 리뎀션2’ 등의 스크린샷 작업을 맡은 그는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작가다. 현재는 배틀필드와 ‘니드 포 스피드’ 작업을 맡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전문 작가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2014년 스크린샷 아티스트인 ‘jim2point0’가 찍은 ‘배틀필드4’의 사진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 그 때부터 취미로 스크린샷을 찍기 시작했다.

페트리 레발라티는 쿠키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 장면들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때문에 스크린샷은 비디오 게임의 예술을 포착하는 신선한 접근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게임사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사설 서버와 PC 카메라 모드 등의 툴(tool)을 이용해 스크린샷을 찍었다. 카메라 시점을 바꿔 멋진 사진을 만들었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갔다. 곧 그의 작업물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유명해졌다. 마침내 2017년, EA 다이스의 전속 아티스트로 임명돼 본격적인 전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배틀필드의 스크린샷.   페트리 레발라티

“2014년 말에 EA로부터 배틀필드4의 프리랜서 일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그 관계는 몇 년 동안 계속됐어요. 2017년에 정규직으로 고용돼 사무실이 있는 스톡홀롬으로 이사했어요. 제가 열정을 느꼈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돼 기분이 좋았습니다.”

스크린샷 아티스트는 주로 게임 아티스트 및 아트 디렉터와 함께 작업한다. 이들과 콘셉트를 결정하고 구도를 상의한 뒤, 전문 도구를 활용해 최고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대략적인 순서다.

“다재다능한 촬영 도구를 가진 게임은 캐릭터의 자세를 조절하고, 조명이나 날씨,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어요. 게임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셈이죠.”

“기본적인 구성 기술을 제외하고, 사진 촬영은 게임 스크린샷과 공통점이 많지는 않아요. 스크린샷 촬영은 일시 중지되고 통제된, 사전에 만들어진 환경에서 이루어지죠. 아트 디렉터와 게임 아티스트의 견해도 들어가고요. 공통점을 찾자면 무대화보나 패션사진과 비슷하다고 봐야겠군요.”

환경을 철저히 통제하지만, 포토샵 등의 후보정은 거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포토샵이나 다른 후처리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요. 게임의 예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페트리 레발라티의 관심사는 오로지 스크린샷이다. 사진을 촬영할 생각 없이 게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게임을 하는 순간부터 스크린샷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요. 보통 몇 시간 동안 플레이를 한 후 최선을 다해 촬영하죠. 평소에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지만, 재미있는 장소나 애니메이션을 발견하면 스크린샷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작업은 빠르면 30초, 늦게는 몇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실제 사진처럼 스크린샷에도 빛은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게임은 종종 나쁜 그림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걸 조절하는 게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주죠.”, “때때로 저는 1mm초 차이로 순간을 놓쳐요. 그러면 다시 작업을 시작해요. 게임 서버에 문제가 생겨 작업물이 날아가기도 하죠.”, “항상 자기 의심도 들어요. 때로는 수백 가지의 다른 버전을 찍고도 첫 번째 버전이 최고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스크린샷.   페트리 레발라티 제공 

그는 자신의 작업물 중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스크린샷을 가장 사랑한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했어요. 많은 계획들이 있었고,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죠. ‘아서’ 대신 ‘새디’로 플레이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했어요. 많은 적을 생성시킨 뒤, 죽였어요. 피를 묻히기 위해 근거리 살상무기를 사용했죠. 그리고 그녀가 손거울로 자신을 보는 애니메이션을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피가 새디의 몸에서 사라지기 전에 적절한 애니메이션 프레임을 찾는 것을 포함해, 이것들을 바로잡는 데 몇 시간이 걸렸어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스크린샷’이란 무엇일까.

“회사 입장에서 보면,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기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기술적으로 흠 잡을 데 없고, 구성이 탄탄한 게 좋은 작품이죠. 등장인물들이 연루돼있다면 그들과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가 재미로 찍는 스크린샷은 무엇이든지 괜찮아요. 멋지게만 보이면 되는 거죠.”

“저는 작품을 아름답고 독특한 방식으로 담았다고 생각했을 때 보람을 느껴요. 게임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보다 더욱 감사한 일은 없어요. 계속 열정적으로, 항상 더 잘해내고 싶어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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