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기침체 가능성과 기업들의 실적 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2.51포인트(0.62%) 하락한 3만981.3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5.63포인트(0.92%) 밀린 3818.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07.87포인트(0.95%) 내린 1만1264.73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13일 발표할 6월 CPI를 대기하며 이번주 본격화하는 기업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의 압력에 시장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점치면서 실적 전망에 대한 하방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8% 올라 5월 상승폭(8.6%)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7월 기준 금리를 75bp(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와 달러에 쏠리고 있다. 국채 가격 상승은 국채 금리 하락을 가리킨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bp 하락한 2.98%까지 내렸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은 금리 역전도 계속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유가는 7% 이상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3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S&P500의 11개 업종 모두가 내렸다. 특히 기술과 헬스, 에너지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세일즈포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각각 4.61%, 4.10% 떨어졌다. 넷플릭스(-1.63%), 아마존(-2.26%), 구글 모기업 알파벳(-1.43%) 주가도 밀렸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펩시코의 주가는 실적 호조에도 0.6%가량 하락했다.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할리버튼과 데번에너지 주가는 각각 2.59%, 2.61%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계약을 파기해 전날 11% 넘게 빠졌던 트위터는 이날 4.32% 올랐다.
항공주는 강세를 보였다. 아메리칸항공은 2분기 매출이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가가 9.98% 상승했다. 유나이티드 항공(8.09%), 델타항공(6.15%) 등도 일제히 올랐다. 보잉 주가는 2분기 항공기 인도 실적이 늘었다는 소식에 7.42% 뛰었다.
크루즈 종목도 올랐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 홀딩스와 카니발 주가는 각각 5.84%, 7.54% 급등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기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다고 분석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S&P500 전체 기업 성장률을 5.1%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기업 수익 둔화, 또는 잠재적 수익 침체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PL파이낸셜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더 높은 투입 비용을 전가하는 데 대해 더 비관적으로 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라며 “기업이 비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수익이 하향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