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 대부분 1년 내 호전…좀 더 논의 필요”

“게임 과몰입, 대부분 1년 내 호전…좀 더 논의 필요”

기사승인 2022-07-15 17:12:12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사진=강한결 기자

게임 이용 시간의 증가는 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연구결과 나왔다. 또 과몰입과 같은 문제적 게임 행동은 1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5일 중구 소재 CKL기업지원센터 11층 콘퍼런스홀에서 ‘게임 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를 열고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2020~2021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의 1, 2차년도 연구에 참여한 게임이용자들의 게임행동유형 변화와 행동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성인, 청소년으로 패널을 구성해 5개년간 게임행동유형, 과몰입 등 추적 조사하는 연구다. 다수의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게임 이용과 관련된 다양한 행동 패턴과 동기를 무시한 기존 연구와 달리 연령별로 무슨 게임을 하는지,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추적한 점이 특징이다.

조 교수는 “기존 연구는 횡단면적인 조사에 불과했고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구해 충실하지 못했다”라며 “그동안 중독과 과몰입에 매몰돼 다른 특성을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기에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게임 과몰입과 선용(Good Use)은 게임 그 자체 영향이 아닌 개인 상황에 따라 발현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20~2021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1차년도 대비 2차년도에는 과몰입군, 과몰입위험군, 경계군 비율이 감소했으며 대조집단에 해당하는 일반 이용자군과 선용군 비율이 증가하는 등 게임 과몰입과 선용이 지속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개인이 처한 여러 요인에 따라 발현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기존 게임 과몰입 집단과 일반 집단의 구분 방식을 벗어나 과몰입군(비선용, 문제군, 과몰입위험군(선용, 문제군), 일반사용자군(비선용, 정상군), 게임선용군(선용, 정상군)으로 구분했다. FSIQ, YIAS, K-AADHD 등 기존 척도를 활용한 검사와 두뇌의 MRI 촬영을 통해 각 집단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4개 집단의 뇌 활성화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사용자군에서 과몰입군으로 갈수록 연결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일반사용자군에 비해 과몰입군으로 갈수록 연결성이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양상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와 유사한 양상이라는 점이다. 한 교수는 발표에서 “각 집단의 이름을 빼고 사진만 보여주면 주의력결핍행동장애 양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과거 ‘게임뇌’라고 보여줬던 것이 사실은 관련 질환의 뇌가 모여 ‘게임뇌’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 토론회.   사진=강한결 기자

조 교수와 한 교수의 연구 발제가 끝난 뒤 발제를 담당한 두 명을 포함해 장유진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권정민 한국교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 소장 등 발표회에 참가한 패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장 교수는 “과몰입군의 경우 부모가 자신의 게임 이용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각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부모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거나 감독을 받는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낮다”면서 “선용군의 경우 자신의 게임 이용에 대해 부모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게임행동과 분명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아동·청소년의 80% 이상이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적 이용에만 초점을 둔 연구의 한계를 벗어나 의미가 크다”면서 “게임 이용에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는 학생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과몰입 위험이 있는 아이들을 미리 가려내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일상이 된 게임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게임을 통해 어떠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어떤 문제를 겪는지 등을 다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국가별로 청소년 게임 과몰입 비율을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은 굉장히 낮으나 중국과 홍콩, 한국에서 높게 나타난 것을 보면 치열한 입시 환경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은 라이프스타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사실 이 연구에서 가장 큰 시사점은 게임 과몰입 사례가 극히 적다는 것”이라며 “법률상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에 정의가 없다. 정의가 없는 유령과 싸우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기준이 유통되고 있다. 익숙하다보면 편해지고 진리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과몰입 자체는 게임중독의 또다른 표현이기에, 용어를 긍정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 연구원은 “게임이용장애가 등재됐다고 한국이 먼저 도입할 필요가 없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자문을 어떻게 받았는지 WHO에서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며 “장애라고 하는 기준이 불투명하고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진단, 중독과 개념과 동일 시 되는지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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