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연애, 다양성을 입다…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

현실 연애, 다양성을 입다…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

기사승인 2022-07-17 06:00:11
카카오TV에서 공개 중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체인지 데이즈’

연애 예능이 달라졌다. 남녀 사이 사랑과 연인 탄생에 초점을 맞추던 것과 달리 헤어진 연인, 첫사랑, 성 소수자 등 소재가 다양해졌다. 최근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방송사는 물론 OTT 플랫폼도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어른들의 현실 연애부터 이별 앞둔 연인들까지

MBN ‘돌싱글즈’와 SBS Plus·ENA PLAY ‘나는 SOLO’는 최근 방송 1주년을 맞았다. ‘돌싱글즈’는 이혼 후 솔로가 된 ‘돌싱’(돌아온 싱글)들의 연애와 동거를 담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6일 시즌 3 방영을 시작한 ‘돌싱글즈’는 3%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극사실주의 데이트를 내세운 ‘나는 SOLO’도 꾸준히 인기다. 지난 13일 방송은 ENA PLAY 채널에서 0.7%, SBS PLUS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2.4%를 기록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현실성에 초점을 맞춘다. 출연진 연령대도 타 프로그램보다 높은 편이다. ‘돌싱글즈’는 커플 매칭 기간 후 맺어진 이들이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까지 보여준다.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재혼에 성공한 커플도 있다. SBS ‘짝’을 계승한 ‘나는 SOLO’에선 다섯 커플이 탄생했다. 현실 남녀의 솔직한 연애감정을 다큐멘터리 시선으로 담아 호평 받았다.

SBS Plus·ENA PLAY에서 방영 중인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

이별 커플의 재회를 다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새 시즌으로 돌아왔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는 지난달부터 시즌 2를 공개하고 있다.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들이 여행을 떠나 기존 연인과 만남을 이어갈지, 새로운 이와 사랑을 시작할지를 결정한다. 티빙은 지난 15일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시즌 2를 첫 공개했다. 이미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전 연인과 다시 만날지, 다른 이로 ‘환승’할지를 선택한다. 지난해 공개됐던 시즌 1은 티빙 내부에서 높은 유료 가입 기여도를 내는 등 인기를 끌었다. 신규 프로그램도 있다. MBC에브리원은 지난달 27일부터 10부작 연애 리얼리티 ‘다시, 첫사랑’을 방송 중이다. 서로가 첫사랑이던 네 쌍의 커플이 다시 만나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KBS는 지난 11일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를 선보였다. 지난 이별을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이들의 재회를 주제로 삼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다양성 로맨스

우정과 사랑 사이 미묘한 줄타기를 다룬 콘텐츠도 있다.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채널S·K-STAR ‘나대지마 심장아’는 이성 친구 사이에 존재하는 우정과 사랑 등 미묘한 감정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심장 박동수 측정 장치(스마트워치)를 통해 실제 마음을 측정하는 게 특징이다. 출연자는 친구의 연애 조력자가 될지 혹은 친구와 연인으로 발전할지를 택한다. tvN은 다음달 새 연애 예능 ‘각자의 본능대로’를 선보인다.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우정과 사랑을 판가름하는 내용이다. 친구와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상황에서 친구의 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웠다. 

다음달 방송을 앞둔 tvN 새 연애 리얼리티 예능 ‘각자의 본능대로’ 티저 영상

기존 연애 리얼리티에서 방향을 튼 프로그램도 있다. SBS는 다음달 3일 ‘연애는 직진’을 첫 방송한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남녀가 취미생활을 통해 소울메이트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연예인 출연자가 나온다. 첫 에피소드에는 배우 최여진, 최윤영, 모델 송해나, 가수 유빈 등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여성 출연자 네 명과 일반인 남성 네 명이 출연해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를 공유한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연애 리얼리티 ‘사내연애’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입사원 12명이 열흘간 업무를 수행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이다. MBC ‘복면가왕’을 만든 박원우 작가와 tvN ‘더 지니어스’를 연출한 김한규 PD가 의기투합했다. 이외에도 카카오TV는 동명 웹툰 IP를 활용한 연애 서바이벌 ‘좋아하면 울리는’을,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솔로지옥’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웨이브는 파격을 택했다. 성 소수자를 소재로 삼은 연애 예능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를 각각 지난 8일과 15일 공개했다. ‘메리 퀴어’는 커밍아웃 로맨스를 그린 리얼리티다. 국내에서 성소수자 연애 예능이 나온 건 처음이다. ‘남의 연애’는 남자들의 연애를 주제로 삼았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설전이 일기도 했으나, 화제성은 분명한 모양새다. 웨이브에 따르면, ‘메리 퀴어’는 공개 후 신규 유료가입 견인 지수 5위를 기록했다. ‘남의 연애’는 공개 직후 웨이브 내 실시간 인기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웨이브(wavve)가 지난 15일 공개한 ‘남의 연애’ 티저 영상

이입과 공감이 강점… 홍보·자극 연출은 경계해야

연애 리얼리티는 왜 통하는 걸까. 다수 관계자는 이입과 공감을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살면서 한 번쯤은 연애 감정이나 사랑을 겪어보는 만큼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에 공감할 수 있다”면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반전 여지도 있는 점이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감정소모가 심하지 않고, 드라마처럼 마음먹을 필요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출연자에게 이입하거나 훈수를 둘 수도 있고 방관자, 관찰자 등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기도 좋다”고 짚었다. 

시대상이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현재 방송 중인 한 연애 예능 관계자는 “결혼, 출산이 어려워진 시대인 만큼 방송을 통해 검증된 사람을 만나려는 수요가 연애 예능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남선녀가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애 판타지가 대세였다. 반면 최근에는 이별을 고민하는 실제 커플이나 이미 이별한 ‘X 연인’ 등 진지하고 솔직한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출연진과 프로그램 콘셉트 모두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며 시청자도 더 풍부한 연애 감정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 과거보다 ‘과몰입’할 요소가 많은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평했다.

출연자, 연출자의 진정성은 프로그램의 흥망을 가리는 열쇠다.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이 나오면 즉각적인 화제성에 도움은 돼도 홍보만을 위해 출연한 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쉽게 외면한다”면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제작진의 사전 검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연출도 경계할 지점이다. 최근 IHQ ‘에덴’은 과도한 선정성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 관계자는 “보편적인 정서인 사랑을 다루는 만큼 출연자들의 날것의 모습도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노림수가 노골적으로 느껴지면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