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성비 빙수부터 시작해서 호텔의 럭셔리 빙수까지 각양각색의 빙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의 인증 욕구 등이 겹쳐지면서 이같은 문화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근 1인을 겨냥한 각양각색 가성비 빙수를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5월 출시한 빙수 6종의 판매량이 1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디야커피 전국 가맹점 빙수 판매량 분석 결과, 7월 2주간의 빙수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약 80% 증가했다. 특히 ‘1인 빙수’는 전체 빙수 판매량 가운데 약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판매 가격은 '1인 빙수' 5900원, '눈꽃빙수' 1만800원 등이다.
투썸플레이스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케이크 빙수'’(1만500~1만3500원)를 출시했다. 전형적인 빙수의 틀을 깨고 케이크 형태로 만든 빙수다. 케이크에 빙수 토핑을 올려 빙수와 케이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종합 디저트' 형태다.
파스쿠찌는 젤라또를 활용해 차별화에 나선다. 팥과 인절미 위에 젤라또를 올린 '젤라또 레드빈'을 포함한 3종의 젤라또 빙수와 애플망고 빙수 등 4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파리바게뜨도 여름철 '빙수 대전'에 합류했다. 잠바주스의 대표 메뉴인 '캐리비안 패션' 스무디를 빙수로 구현한 '캐리비안 패션빙수'를 출시한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빙수 마케팅은 ‘1인 1빙’이다. 코로나와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시대 상황을 반영해 위생적으로나 가격적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빙수의 경우 하나의 빙수를 가지고 나눠먹는 문화였다. 하지만 비대면이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1인당 하나의 빙수를 제공하게 되면서 가격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작은 돈으로 사치를 누리고 만족감을 얻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 빙수도 인기다. 올해 서울 시내 일부 특급호텔은 재료값 상승 등을 고려해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더 늘어났다.
포시즌스호텔은 골든 제주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 6만8000원에서 올해 9만6000원으로 41% 인상했다. 그러나 6만원대인 흑임자 크렘 브륄레 빙수·제철 과일 샤를로트 빙수 등에 비해 약 5배 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도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 6만원에서 올해 8만8000원으로 47% 올렸지만, 지난해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에도 그랜드 조선 부산 라운지앤바에서 선보인 애플망고 빙수(6만5000원)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경우 수박 빙수와 망고 빙수를 합친 빙수 판매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빙수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중요시하고 SNS를 통한 소통을 중요시 한다.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이같은 사회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빙수의 소비 계층의 다양성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가성비와 고급 카테고리에 동시에 속하는 제품은 많지 않다”면서 “빙수의 경우 어떤 토핑을 올리느냐에 따라 가격이나 맛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줄 수 있기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