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 두창에 대해 PHEIC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각 회원국에 출입국 제한 등의 보건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역대 7번째 PHEIC이다.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PHEIC 이후 2년6개월만이다.
WHO는 지난 21일 전문가 위원을 소집, 원숭이두창 PHEIC 선언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열었다. WHO에 따르면 당시 위원들의 의견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참석 위원 15명 중 9명은 PHEIC 선언 반대 의사를 밝혔다. 6명은 찬성했다.
찬성 위원들은 △PHEIC의 3가지 기준 충족 △실제 발병 규모는 보고된 것보다 더 크다는 점 △PHEIC 선언 후 높은 수준 경각심 유지 가능 △PHEIC 선언 후 국제적 공조 강화 가능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반대 위원들은 △발병 국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증가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점 △질병의 심각도가 낮다는 점 △PHEIC 선언이 확진자와 특정 그룹에 대한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PHEIC 선언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WHO의 이번 선언을 선제적 대응으로 분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당시 WHO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다.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에 확산됐다. 현재까지 72개국에서 1만5800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확산세는 빨라졌다. 지난달 말 50여개국에서 3000여명의 확진자가 보고된 후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보고된 사망자는 5명이다.
원숭이두창 초기 증상으로는 발열과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오한,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이후 얼굴에서부터 생식기 등 다른 신체부위로 동그란 붉은 반점이 생긴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발생하거나 발진, 오염된 의류를 만지는 경로로도 가능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