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학제 개편 계획을 내놓자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1, 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박 장관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과 관련해 매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2025년부터 취학 연령을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개월씩 3년간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바 있다.
이렇게 앞당기면 2025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된다. 2025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반면 박 장관의 이날 발언처럼 1개월씩 조정한다면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1월생이 입학하고 2026년에는 2019년 2월~2020년 2월생이 입학하는 식이다. 2029년 12월~2030년 12월생이 입학하기까지 12년이 걸린다.
박 장관은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이유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아니’라면서 “아이들에게 출발선부터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일찍 공교육 체계로 들어올 경우 그만큼 출발단계에서의 교육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현재 가장 크게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인 ‘돌봄 공백’과 관련해서는 “초등학교 1, 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보통 오후 5시 이후 하원하지만 다수의 공립 초등학교 1~2학년은 오후 1시 전후로 하교한다. 더 어린 연령을 초등학교에 편입하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한 대안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선 모습이지만 유아·초등 교원부터, 교육단체, 학부모까지 반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과도기에 해당하는 2019년 1월생 쌍둥이 자녀를 둔 최하영(34)씨는 “만 5세가 되면 언니 오빠들과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화가 난다”며 “실제 취학 연령 하향이 이뤄지면 진지하게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 이지연(34)씨는 “부모가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만 5세 아이를 저녁 8시까지 돌봄하는 게 대안이라고 내놓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대 서명도 한창이다. 각 지역 맘카페에는 서명에 동참하자는 글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라도 (집회에) 나가겠다” “누리과정 1년 줄여서 세금 아끼려는 거냐” “코로나 시기에 태어나 발달 느린 아이들도 있는데 기가 막힌다”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안 그래도 초등학교 적응을 힘들어하는 1학년들이 많은데 나이를 낮추면 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재의 교육과정이 아이들 나이와 발달 수준에 맞춰서 조직된 것. 학교와 교사는 (할 일이 늘어) 죽으란 이야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교육·보육 관련 37개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 범국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반교육적인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년 뒤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서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은 결단코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현 교육 체제가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원인인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입학 연령을 낮추어 교육 격차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근본을 모르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