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 받는 20대 급증…높아진 ‘관심’ 한 몫

정신과 진료 받는 20대 급증…높아진 ‘관심’ 한 몫

기사승인 2022-08-24 06:00:11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직장인 박모(26·여)씨는 지난해 첫 입사했지만 비대면 체제 탓에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 올해부터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직원, 업무 등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숨이 차거나 극도의 불안을 느끼자 주변 추천을 받아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그는 “처음엔 정신과 방문이 무서웠지만 생각보다 병원 로비에 진료를 보러온 비슷한 또래가 굉장히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최근 20대 정신과 진료가 급증한 가운데,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흑과 백’ 두 가지 이면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는 사실 이면에, 기피했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치료 접근성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정신의학과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 정신의학과 진료 인원은 2017년 21만3991명에서 2021년 39만894명으로 약 83%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9세 이하가 5만4185명에서 8만4074명으로 55%, 10대가 11만8261명에서 17만4484명으로 48%, 30대가 24만7109명에서 36만555명으로 46%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주로 젊은 층 정신의학과 진료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의학과 진료 증감 현황.   최영희 의원실

실제 전문의들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함께 젊은 층 환자들이 늘어난 부분에 어느 정도 실감했다. 한 대형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기존 공황 장애 환자분들 중 치료 종결하셨던 환자들이 코로나 이후 다시 공황 발작이 나타나 다시 치료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학업-취업 스트레스와 경제 불황은 오래전부터 있던 요인이지만,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환자가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면엔 긍정적 해석도…정신과 질환에 대한 젊은 세대 ‘관심’ 증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년층 진료 증가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19와 전반적 경기침체, 사회적 경쟁구도 심화 등 보다는 정신과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있다고 봤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협력홍보이사는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2021년도) 결과 상 정신질환 유병률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코로나19가 정신질환 유병률을 확실히 높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5년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18~64세의 정신장애 1년 유병률은 2016년 12.6%에서 올해 9.1%로 오히려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모두 낮아졌다.

홍 홍보이사는 “반면 치료율은 향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등으로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던 많은 분들이 치료로 연결되고 있는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나 총무이사는 “정신과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신문,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 과거에 비해 의학 정보 확산이 빠르게 이뤄져, 예전에는 질병인 줄 몰라 고생하면서도 참고만 지내거나 엉뚱한 질병으로 오해해서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던 사례도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유명인사, 연예인들이 앓는 병’이라 불리는 공황장애, 우울증, 조울증 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전 연령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인원이 늘었는데, 특히 20대는 정보수용이 더 빨라 다른 세대에 비해 영향이 컸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또한 청년층이 주로 생활하는 도심·부도심에 개원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매년 크게 늘어나 의료접근성도 좋아졌다. 나 총무이사는 “2022년 현재 전국적으로 2000곳이 넘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이 존재해 짧은 대기시간 안에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제도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진료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고통 감당하기 힘들다면 오세요”…문턱 낮추는 정신과

실제로 정신과 전문의들은 젊은 층 환자의 조기 진단률을 높이기 위해 병원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보를 통해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약물 처방보다는 의료기기를 활용한 치료법을 활용하는 추세다. 또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접근 방법이나 ‘오은영 신드롬’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돌린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게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면 조기에 진단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나 총무이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을 못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는 사실무근이다. 모든 국민 진료 내역은 건강보험공단 서버에 몇 년 간 저장되겠지만, 사법기관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체나 관공서도 국민의 진료 내역이나 의료정보를 조회할 수 없다”며 “실비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 제한 같은 문제도 시정권고에 들어가 곧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가 10~20대라는 것을 안다. 기성세대로서, 전문의로서 어떻게든 돕고 해결하려 노력하겠다.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아픔과 불편을 느낀다면 부담 없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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