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마련된 ‘사개특위’가 되려 논쟁의 대상이 됐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사개특위는 순탄치 않게 흘러갈 전망이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연 사개특위(국회 형사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검수완박과 관련한 논쟁을 중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날 사개특위 위원들은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당은 사개특위의 효력이 없다고 반발했고 야당은 법무부의 시행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사개특위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따른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구성된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유례없는 입법 폭거 과정이어서 효력 여부도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시행령들이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시킨 형사사법의 골간을 흔들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여야 대치가 첨예한데 사개특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시행령이 검수완박 법안과 팽팽히 맞서면서 여야 대립을 중재하려 했던 사개특위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하려 했지만, 시행령으로 실질적인 검찰 수사의 축소는 당장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사개특위 회의 다음날인 31일 법무부 시행령에 대한 엄정한 대응 방침을 당 차원에서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의원 워크숍 후 기자들을 만나 “‘시행령 통치’는 권력 사유화를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위헌적이고 초법적이기 때문에 시행령 통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당의 기본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는 법무부의 시행령이 유지되면 검수완박 법안이 무력화되고, 원활한 사개특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사개특위에서 얼마나 서로 협상을 할지 모르겠지만 검찰 수사 범위는 더 확대될 것”이라며 “이 부분은 민주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권 박탈과 정상화라는 과제는 현 정권 들어서 후퇴했다. 정부는 ‘시행령 정치’를 하려 하고 야당은 반발할 것이 자명하다”며 “시행령 정치가 계속된다면 검수완박 법안은 무력화되고, (원활한 사개특위 진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여야가 합의하려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잉여’가 있어야 하는데 양 진영 모두 상대에게 협상을 제시할 여력이 안 된다”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사개특위에서 여야 간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는 법무부 시행령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해당 시행령은 올해 4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했던 검수완박법의 취지와 정면 배치돼 여야 간 논란이 일고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