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공공 지원 절실 [보호종료아동, 그 후 ③]

“사회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공공 지원 절실 [보호종료아동, 그 후 ③]

신선 “그 순간 누가 옆에 있는지가 중요”
정훈태 “사각지대 살펴 사회적 자립 도와야”

기사승인 2022-09-13 06:00:06
그래픽=안소현 기자

# 만 18세에 보육원을 퇴소한 A군은 지난달 19일 광주의 한 대학교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자립을 위한 지원금 700만원을 거의 다 쓴 상태로 최근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해졌다.

# 보육원 생활 도중 퇴소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의 집에서 생활한 만 19세의 B양도 지난달 24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B양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중도퇴소’ 처리돼 정부 자립지원금을 받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드러난 사례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줄 누군가가 없었다. 그들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방법도 찾지 못했다.

보육시설에서 살다 만 18세가 되면 독립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시설을 나와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를 방지하려면 단순히 비용적 지원이 아닌 아동의 얘기를 듣는 공공의 역할이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호종료아동 중 절반이 극단적 선택을 떠올린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와 욕구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3104명 가운데 50%인 155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19~29세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자살실태조사의 16.3%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들이 이러한 충동을 느낀 이유는 빈곤 같은 ‘경제적 문제’가 33.4%, 가족갈등 등 ‘가정생활 문제’ 19.5% 등으로 나타났다. 

쿠키뉴스는 이날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캠페인 ‘열여덟 어른’의 신선 캠페이너를 만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신 캠페이너는 당사자의 말을 들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캠페이너는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 자립전담요원이 5년간 ‘사례관리(사후 관리 성격)’를 하게 돼 있다”며 “지자체가 다 관리를 하다 보니 인원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광주는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 아동이 400명 정도인데 담당자는 5명에 불과하다”며 “한 명이 80명을 관리하는 상황이어서 형식적인 사례관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신 캠페이너는 지원 사각지대를 언급하며 해당 부분을 사회에서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간 퇴소자나 가정 위탁 아동, 그룹홈 등에서 퇴소하는 아동은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기도 하다”며 “단순히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고 해서 끝이 아닌 이런 상세한 부분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는 아동들은 자립전담요원의 수가 부족하니 소통하던 후원자나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아갈 이유를 찾기도 한다”며 “지금은 민간에서 아동 심리에 대해 지원을 하지만 공공의 역할이 늘어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보육원 등 공공에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이로써 보호종료아동의 사각지대를 살펴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동복지와 관련한 소송을 주로 맡은 정훈태 변호사는 1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아이들이 자립하기 어렵다”며 “(만 18세라는) 기준이 됐다고 해서 퇴소 조치를 시키고 ‘알아서 살아라’고 하면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다른 청년들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되면 (공공기관 등에서) 자활센터로 청년을 연결해 직업 교육을 받게 하든지 한다”며 “제도가 없는 게 아니다. 보육원에서 해당 제도를 안내하는 방식이나 연계해주는 게 정리가 안 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보호종료아동의 사각지대가 어떤 게 있는지 살피고 해당 제도와 잘 연계시켜 사회적 자립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이들의 사회적 자립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최근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자립정착금 편차를 줄이는 등 청년의 안정적 자립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 청년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전담요원 확충과 지원 절차 간소화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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