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표시하고 고용하고’…유통업계, 장애인 소비자 외면 말아야

‘점자 표시하고 고용하고’…유통업계, 장애인 소비자 외면 말아야

기사승인 2022-09-17 06:10:01
사진=안세진 기자

최근 발달장애인을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 또 수개월 동안 계속되어 온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국민 인식에 큰 변화를 주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에서 묘사된 주인공이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도 있었고, 시위로 인해 시민들의 출근 불편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두 사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때문일까. 최근 유통업계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부 식음료 업체들은 일부 제품에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표시 정보를 기입하고 있다. 또 어떤 업체는 매년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개선의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형사에 비해 비용 문제 등이 더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추다 보면 순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사진=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음료·컵라면·우유 제품 32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개 업체의 121개 제품(37.7%)에만 점자 표시가 돼있다고 밝혔다. 음료는 191개 제품 중 49.2%에 점자가 표시가 돼있었다. 그중 캔은 89개 중 89.9%, 페트병은 102개 중 13.2%로 용기 재질에 따라 점자 표시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컵라면은 90개 제품 중 28.9%에, 우유는 40개 제품 중 단 1개에만 점자 표시가 있었다.

장애인 고용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국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제정되어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1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만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4.6%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인구 고용률(60%)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려는 업체들도 여럿 있었다. 일부 국내 식음료 기업들은 시각장애인의 편의 증진을 위한 브랜드명 점자 표기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자사 일부 제품군에 점자 표기를 넣기 시작했다. 현대약품도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 유리병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스타벅스는 편견 없는 채용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진행한 하반기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을 통해 56명의 바리스타를 고용했다. 새로 채용된 바리스타들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 증진 협약을 맺고 장애 유형의 구분 없이 매년 장애인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채용으로 현재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중증 장애인은 407명, 경증 장애인은 75명이 됐다. 이 중 50명은 관리자 이상 직급으로 일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은 4.2%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스타벅스는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2015년과 2018년에 이어 2021년 3회 연속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입사한 청각장애인 김정희 바리스타는 “앞으로 고객들과 파트너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입사 소감을 전했다.

사진=스타벅스
사진=안세진 기자

다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많은 식음료 업계는 여전히 제품명 점자 표기의 필요성을 십분 공감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며 생산라인 교체 등의 추가 작업이 필요해 개선에만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입을 모았다. 특히 중소규모 음료 기업의 경우 그룹 내 자체 생산이 아닌 병이나 캔 등의 용기 제조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용기 생산을 맡고 있는 제조사들의 설비를 전부 바꿔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공장을 보유한 대형기업의 경우 점자표시 등 장애인을 위한 제품 표기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설비 시스템을 바꾸는 데에 큰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외주를 맡기는 경우도 여럿 있어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이같은 사회적 관심과 자정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브랜드 가치 차원에서 장애인분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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