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김주헌 “매번 낯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빅마우스’ 김주헌 “매번 낯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9-28 06:00:31
배우 김주헌. 솔트엔터테인먼트

MBC ‘빅마우스’에서 가장 오묘한 인물은 구천시장 최도하(김주헌) 아닐까. 선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신사적이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의뭉스러운 느낌. 그가 ‘빅마우스’의 최대 빌런인 사실이 드러나자 극에는 새로운 긴장감이 싹텄다. 급변하는 전개에서 시시각각 달라진 얼굴은 ‘빅마우스’를 쥐락펴락하는 무기였다.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것. 최도하를 통해 본격적인 악역에 첫 도전한 배우 김주헌이 거둔 수확이다.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헌은 “예상 못한 사랑을 받았다”며 미소부터 지었다. 작가, 감독, 동료 배우, 시청자를 차례로 나열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던 그는 “잘 되려면 많은 것들이 따라줘야 하지 않나.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며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미스터리했던 최도하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다양한 표정으로 달라지는 모습은 천생 배우였다. 그는 최도하가 되기 위해 여러 변화를 감행했다.

“최도하가 저보다 큰 사람 같았어요. 전작인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끝날 무렵부터 ‘빅마우스’를 준비했어요. 일단 체중을 불렸죠. 외형적으로도 단단하고 풍채가 좋아야 특유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82㎏ 정도로 시작해서 후반부에는 72㎏까지 감량했어요. 예민한 느낌을 주려 했죠. 최도하가 승기를 잡긴 했지만 심리적으론 불안했을 테니까요.”

MBC ‘빅마우스’ 스틸컷

역할을 제안 받을 때부터 악역인 걸 알았단다. 오충환 감독은 “게임으로 비유하면 최도하는 최종 스테이지 끝판왕”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자 김주헌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기대가 부담으로 바뀐 건 대본을 본 순간부터였다. 그에게 주어진 건 끝판왕이라는 정보와 시놉시스, 1~4부 대본이 전부였다. “이야기가 흘러갈 방향이나 어떤 악역이 될지 전혀 아는 게 없었다”고 돌아보던 김주헌은 “막막함을 뒤로하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도하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모호할수록 최도하의 악행이 부각될 것 같았다.

“표현을 참는 게 어려웠어요. 감정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걸 지양했거든요. 최도하의 행적이 의아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그런 곳에서 드러나요. 그렇지 않으면 주저하고 의심하게 돼요. 그래서 초반부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캐릭터를 완벽하게 알고 숨기는 것과 모르고 숨기는 건 다르잖아요. 저는 후자였거든요. 다행히 양정원씨가 연기한 공지훈 캐릭터 덕분에 최도하의 캐릭터가 더 선명해질 수 있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최도하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매번 하던 고민은 작품으로 완성돼 빛을 발했다. ‘빅마우스’가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만큼 김주헌은 시청자의 마음으로 본방송을 사수했다. 그는 “방송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서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보니 통쾌하더라”며 흐뭇해했다. 자신이 죽인 강회장(전국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는 장면은 방송 이후 시청자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김주헌은 “최도하가 그동안 보여준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버린 장면”이라면서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일 때 느끼는 낯선 공포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에서 쌓은 표현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MBC ‘빅마우스’ 스틸컷

“연기할 때 자연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어요. 재밌고 통통 튀는 연기를 할 땐 벌새가 꽃의 꿀을 먹으러 작은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죠. 귀여운 리듬감을 몸에 심는 거예요. 최도하는 호수 주변에 깔린 기분 나쁜 안개와 늪을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잔잔한 수면에서 느껴지는 묘한 불쾌감, 그 안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가 들어가는 순간… 이런 게 모여서 최도하가 됐죠.”

연기는 김주헌에게 즐거운 난관이다.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며 일상화된 행동을 의심하는 순간을 여럿 경험했다”면서 “몰입이 과연 무엇인지, 연기하기 위해 내가 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계속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고민을 거치면서 좋은 기회 또한 얻었다. tvN ‘스타트업’,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 특별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대작으로 꼽히는 새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SBS ‘낭만닥터 김사부3’ 촬영도 앞두고 있다. 흐름이 좋다는 기자의 말에 김주헌은 함박미소로 화답했다. 

“운이 좋다고 생각은 해요. 하지만 매번 운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해요. 저는 낯선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이 저를 익숙해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익숙함을 매번 경계해요. 늘 처음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얼마나 신선하고 좋아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커요. 세상에는 선인과 악인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재미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즐기면서 새롭게 표현하려 해요. 다양한 결을 가진 선·악 캐릭터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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