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모멘텀 잃은 삼성전자, M&A에 ‘집중’ [위기의 5만전자②]

반등 모멘텀 잃은 삼성전자, M&A에 ‘집중’ [위기의 5만전자②]

기사승인 2022-09-29 06:00:20
삼성전자 주가가 엿새 연속 연중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가 반등 모멘텀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4만전자’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 기업 ARM의 인수·합병설이 돌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00원(2.40%) 내린 5만2900원에 마감했다. 장중 5만27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전일 기록한 연중 신저가(5만3500원)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금리 인상, 강달러 압력,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큰데다가 3·4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인수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향후 주가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지 주목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기업 ARM 인수합병(M&A)에 대해 논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온다”면서 “그때 우선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ARM은 반도체의 핵심인 설계 자산을 만드는 팹리스 기업이다.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의 팹리스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뒀다. 업계에선 ARM의 기업 가치가 50조원에서 최대 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ARM을 인수했다. 지분율은 소프트뱅크그룹이 75%,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5%다. 그러나 2021년부터 이어진 저조한 투자 실적 여파로 ARM을 시장에 다시 내놨다.

이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ARM을 단독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난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의 독과점 우려로 무산됐다.

각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 차원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해당 정부의 허가 없이는 인수가 어렵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수 있던 것은 반도체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대부분이 반도체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향후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이나 퀄컴은 물론 한때 ARM 인수설이 있었던 SK하이닉스와도 합종연횡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분사…나스닥 상장은 호재VS물적분할 악재

주가 반등 모멘텀으로 지배구조 이슈 해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분사 및 주력 부문이 나스닥으로 상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D램 매출이 두 분기 연속 줄어드는 등 고전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라는 리포트를 통해 유럽 현지 공장 증설과 파운드리 부문 분사 후 미국 상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반도체 인력에는 보상과 자극이 필요하다”면서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하고 솔루션 부문의 미국 상장을 시도 중인 SK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회사가 잘되고 주가가 상승하면 나(인력)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이를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반문했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반도체 부문의 리레이팅(재조정)이 나타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문제는 자회사가 한국에 상장할 때 일어난다. 모회사에서 ‘알짜’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며 생기는 디스카운트(할인)를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물적분할을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로 국민주인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DB하이텍도 파운드리 분사설이 나온 하루(7월 12일) 동안에만 주가가 15.70% 폭락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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