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기업 푸르밀 직원들이 사측의 사업 종료와 전 직원 해고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푸르밀 협렵업체를 비롯해 푸르밀과 계약을 체결한 낙농가의 반발도 예상된다.
푸르밀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통해 “푸르밀 오너의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전 직원 해고에 대해 비통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일은 11월30일이다.
김성곤 푸르밀노동조합 위원장은 “2018년부터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했고 이때부터 회사의 위기가 시작됐다”며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성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오며 회사가 적자 전환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2018년 2301억원 △2019년 2046억원 △2020년 1878억원 △2021년 1800억원 등으로 줄곧 줄었다.
김 위원장은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해고 회피 노력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모든 직원을 정리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주·대구 공장별로 인원도 축소했고 일반직 직원들은 반강제적인 임금삭감까지 당했다”며 “일련의 과정에서도 회장의 급여는 삭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푸르밀노조에 따르면 신준호 회장은 올해 초 푸르밀에서 퇴사하면서 퇴직금을 30억원 가량 챙겼다. 퇴사 후에도 본사로 출근해 모든 업무 지시와 보고를 받으며 직원들 해고를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본사 직원들은 노조의 대응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다른 직원은 “본사에는 노조가 없다. 부당하다고 여길 경우 개인이 직접 신고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노조원들이 많이 있는 공장 쪽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밀의 직원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통보에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 약 100명도 피해를 보게 됐다. 푸르밀과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한 낙농가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푸르밀은 직접 계약한 20곳 안팎의 낙농가와 낙농진흥회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푸르밀에 독점 납품을 해 온 24개 낙농가 관계자들은 오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푸르밀은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한 유제품 전문 기업이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이끌어왔다. 신준호 회장은 올해 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현재 그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이끌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